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담회를 주재하기에 앞서 위원들과 차담회를 갖고 대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무려 200조원을 들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못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임신 기간에도 육아휴직이 허용된다. 아울러 여성 근로자는 임신 전 기간에 걸쳐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활용 가능 기간은 현재 육아휴직 잔여 기간에서 그 기간의 2배로 확대된다. 또 5일(3일 유급) 한도의 배우자 출산휴가는 오는 2022년까지 유급 10일로 단계적으로 늘어난다.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 등 관계부처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성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김영주 고용부 장관은 “여성 일자리 대책은 차별 없는 여성 일자리 환경 구축, 재직 중인 여성 노동자의 경력단절 예방, 불가피하게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재취업 촉진 방안 등이 주요 내용”이라며 “최초의 여성 고용부 장관으로서 이번 대책이 현장에서 하루빨리 안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본지 9월11일자 30면 참조
대책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여성 근로자는 임신 기간 중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 상반기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현행법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에게 최장 1년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임신기에는 육아휴직을 원천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여성 근로자는 90일의 출산휴가를 쓸 수 있지만 그중 45일 이상은 무조건 분만 후에 사용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임신 근로자라 하더라도 분만일 기준 45일 전까지는 일을 해야만 한다는 얘기다.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임신기 여성 노동자는 출산 전 퇴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연간으로 볼 때 고용보험상 임신 근로자는 약 15만명이지만 출산 근로자는 약 10만명밖에 되지 않는데 이는 곧 한 해 약 5만명이 임신 등을 이유로 일을 그만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 임신 12주 이전, 36주 이후에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하루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임신 전 기간에 걸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더불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대대적으로 손본다. 지금은 근로자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육아휴직의 잔여일수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을 3개월 쓰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9개월 동안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법 개정으로 제도개편이 마무리되면 같은 경우 9개월의 두 배인 18개월 동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남성 육아휴직 인센티브 등도 커진다. 먼저 현재 5일(3일 유급) 한도의 배우자 출산휴가가 2022년까지 연간 유급 10일로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두 번째 육아휴직자(90%가 남성)의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은 내년 7월부터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된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첫 3개월 통상임금의 80%, 남은 9개월 통상임금의 40%인 육아휴직급여도 2019년 각각 80%와 50%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근로자뿐 아니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대책도 눈에 띈다. 여성 근로자와 여성 관리자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 적용 대상을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에서 2018년 300인 이상 지방공기업, 2019년 전체 지방공기업·대기업집단 소속기업, 2022년까지 300인 이상 민간기업 등으로 확대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전체회의를 처음 주재하며 “지금이 인구 위기를 해결할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또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무려 200조원을 들여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그동안 결혼·출산·육아 등의 부담을 줄여주는 출산장려 정책을 펴왔지만 기존 대책의 한계를 과감하게 벗어야 한다”며 “출산을 장려하는 정도를 넘어 여성들의 삶의 문제까지 관심을 갖고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결혼·출산·육아가 여성들의 삶과 일을 억압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것이 근본적인 저출산 대책”이라고 주문했다.
/세종=임지훈·이태규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