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 해외펀드는 1인당 3,000만원까지 10년간 비과세 혜택이 적용돼 투자자들이 연말 일몰을 앞두고 대거 몰려들었다. 지난달 말 기준 판매잔액은 3조8,000억원 수준으로 4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속사정은 복잡하다. 상당수 투자자들이 소액으로 여러 지역에 걸쳐 자금을 투입하면서 판매는 크게 늘었지만 펀드 수익률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2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비과세 해외펀드 제도 도입 이후 2년간 가장 인기를 끈 투자 지역은 러시아·브라질이다. 수익률 상위 10개 펀드 중 5개가 러시아와 브라질에 투자해 50% 이상의 높은 수익을 냈다. 최근 성과만 보면 고민이 뒤따른다.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은 최근 2년간 수익률이 70.72%지만 올해 들어서는 8.18%로 줄었다. ‘KB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과 ‘미래에셋브라질러시아업종대표증권자투자신탁’ 등 브라질에 투자하는 상품은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몰을 앞두고 과거 성과만 보고 브라질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최근 1년간 꾸준한 성과를 낸 지역은 대부분 신흥 아시아 국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제도 일몰 이후에 10년간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흥국 중 성장성이 충분한 국가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것을 권한다. 중남미, 신흥 유럽보다는 신흥 아시아 지역의 4차산업 관련 유형이 전망이 밝다. 실제로 전체 판매잔액의 46.2%를 차지하는 지역은 베트남·중국·4차산업 관련 펀드다. 시장에서는 올해 신흥국 증시가 크게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지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높던 시기에 펀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펀드 내에서 신흥국 자산이 감소했다”면서도 “거시경제 환경 개선과 기업 이익 증가 등에 힘입어 향후 자금의 추가 유입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흥 아시아 국가에는 남미나 신흥 유럽에 비해 장기 성장이 예상되는 글로벌 기업이 대거 포진해 있다. 실제로 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은 이미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으며 인도·베트남에도 유망한 기업이 많기 때문에 투자 전망이 밝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7년 비과세 해외 주식형 펀드는 중국과 브릭스 등 신흥국 주식 펀드로 자금이 몰렸지만 포트폴리오나 분산효과 등은 중요한 고려 요인이 아니었다”며 “이번에는 세제혜택 기간이 10년이기 때문에 장기 성장성이 기대되는 국가나 업종에 대한 선호가 매우 뚜렷하다”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