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화재 참사] 4년전 장비 부실 조치 안해 '예고된 참사'

사다리차 작동 못해 화재 키워
제천 소방 인력도 열악

26일 충북 제천 서울병원장례식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들이 고인을 떠나 보내고 있다. 이번 화재 희생자들에 대한 영결식은 이날 모두 마무리 됐다/제천=연합뉴스
“최초 신고 접수 후 30분 이상 적극적인 구조활동을 펼치지 못해 2층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습니다. 문제점을 정확히 짚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4명의 희생자를 끝으로 발인이 모두 마무리된 26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 대표인 류건덕씨 등 상당수 유가족들은 구조 작업의 문제점 등에 대한 진상규명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특히 제천 시내에서도 초동대응 실패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장비 부족 등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사고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족 대책위 사무국장을 맡았던 남모씨는 이날 “최초 신고 접수 후 7분 만에 도착한 119소방대 살수차는 단 2대에 불과해 건물을 에워싼 불길을 잡기에 역부족이었다”며 “소규모 도시나 농촌 지역 소방안전구조 매뉴얼을 현실에 맞게 개선하고 인력과 장비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한 장비와 인력이 대형 화재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은 이미 수차례 나왔지만 문제는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3년 10월18일 제천 시내의 한 아파트 6층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실제 당시 사고 영상과 목격자 진술에 따르면 사다리차가 30분 가까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 화재가 1시간20여분이나 지속돼 아파트 내부를 전소시킨 뒤에야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당시 주민들은 소방 당국의 늑장대응에 크게 반발했다. 한 지역주민은 “고가사다리차가 제일 먼저 도착하고도 작동하지 않고 급수차는 신고 후에도 한동안 오지 않아 주민들이 발만 굴러야 했다”며 “지금도 당시와 장비 현황 등이 전혀 달라진 게 없다니 씁쓸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번 제천 참사에서는 인력과 장비 부족 외에도 고가사다리차 밸브에서 물이 새고 굴절사다리차와 고가사다리차는 현장 도착 후 30~40분 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등 장비 부실 또한 화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제천의 소방장비 및 인력은 서울 등과 비교할 때 열악한 실정이다. 소방대와 구급대가 포함된 119안전센터의 법정 대원 수는 제천의 경우 23명인 반면 서울시와 광역시 평균은 각각 44명, 34명으로 제천보다 훨씬 많다.

전문가들은 제천 참사가 보여주듯 지방의 열악한 소방장비와 인력부터 확충하고 낡은 장비는 교체하는 등 지방 여건을 고려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의 소방차 4,751대 중 내용연수(5~12년)를 경과한 소방차는 714대로 약 15%가 교체 대상이다.

인력 확충도 시급하다. 전국적으로 119구조대 기준 인력은 5,342명이지만 현재 배정된 인원은 3,548명에 그치고 있다. /제천=박진용·신다은기자 yongs@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