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1.3조 유상증자]유증 성공땐 무차입 경영...3년 걸린 지배구조 개편 마침표

유동자금 늘려 재무건전성 확보
글로벌 수주 시장서 우위 노려
국내 톱 도약 발판 마련



현대중공업(009540)은 이번 유상증자로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명실상부한 선두업체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내년 조선업황은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 국제유가 회복으로 본격적인 개선세가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은 압도적인 재무 안정성으로 세계 수주 시장에서 경쟁사들을 따돌리겠다는 각오다.

현재 부채비율은 87%로 낮은 수준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차입금보다 현금이 5,000억원(순현금) 많은 무차입 경영이 가능하다. 현대중공업 측은 “글로벌 해운업계에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감이 여전한 가운데 조선사의 재무상태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발주를 결정하려는 선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무차입 경영으로 경쟁사와는 차별된 재무안정성을 확보한 만큼 이를 바탕으로 수주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에는 지주사인 현대로보틱스가 큰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초과청약을 통해 120% 참여하기로 했다. 현대로보틱스의 지분(27.84%) 비율(3,559억원)에 더해 초과청약을 하면 4,200억원의 자금이 소요된다. 현대로보틱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1조661억원)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아울러 현대로보틱스는 이날 현대오일뱅크(지분 91.1%)를 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유상증자에 쓴 자금을 내년 하반기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다시 채울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지주사의 역할인 지배구조 강화와 미래사업 투자에 매진한다는 목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유상증자, 현대오일뱅크 상장과 함께 취약점이었던 지배구조 개편도 내년 상반기께 마무리할 계획이다. 당초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순환출자되는 구조였다. 이 때문에 순환출자 고리에 있는 한 회사가 휘청이면 다른 회사도 줄줄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지난 4월 사업분할을 하면서 △현대중공업(존속법인·조선·해양·엔진사업) △현대일렉트릭&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현대로보틱스(로봇) 등 4개사 체제가 됐고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 격이 됐다. 그런데도 기존 순환출자 고리가 ‘정몽준 이사장→현대로보틱스(지주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으로 바뀌었을 뿐 공정거래법상 지배구조 논란을 해소하지는 못했다.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손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가 증손회사(현대미포조선)의 주식을 가질 수 없다고 규정한다. 단 지분 100%를 보유하는 건 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오는 2019년 3월까지 이 순환출자 고리를 풀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시장은 고리를 끊어내는 방안을 네 가지 정도로 본다. 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지분 42.7%)의 남은 주식 57.3%를 매수해 100%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하지만 현대미포조선의 시가총액은 1조8,500억원 규모로 남은 지분을 매입하려면 현금성자산(1조3,000억여원)을 다 써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게 증권가 관측이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의 합병도 고려되지만 조선업을 추가 구조조정할 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삼호중공업이 보유한 현대미포조선 지분 42.7%를 매수해 두 회사 모두를 손자회사로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손회사가 소멸되기 때문에 ‘손자회사는 증손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는 규제를 피해가는데다 자회사가 손자회사의 지분 4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는 지분율 규제도 충족할 수 있다. /구경우·김우보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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