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철·김혜련 연세암병원 교수
연세암병원 연구진이 중심이 돼 국내 10개 병원에서 한국인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 결과가 ‘국제 암(癌) 표준진료지침’을 바꾸는 성과를 거뒀다.
ALK 양성 비소세포 폐암치료제인 노바티스의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를 화이자의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와 대등한 ROS1 유전자 돌연변이 폐암 치료제로 인정한다는 내용이다. 지금까지는 잴코리가 유일한 ROS1 유전자 돌연변이 폐암 표적치료제였다.
27일 연세암병원에 따르면 조병철·김혜련·홍민희 폐암센터 교수팀 주도로 대한항암요법학회 10개 회원병원에서 진행된 연구자 임상시험 결과가 국제 암 표준진료지침으로 널리 활용되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National Comprehensive Cancer Network)의 개정 가이드라인에 반영됐다. 새 가이드라인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NCCN(www.nccn.org)은 미국내 암 치료 분야를 이끄는 메이요클리닉·메모리얼슬론캐더링·MD앤더슨·스탠퍼드대 등 27개 주요 암센터 최고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 학술연구·교육단체다. 최신 연구결과를 토대로 발표하는 이 단체의 가이드라인은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항암치료 의사들이 가장 많이 참고하고 활용한다.
ROS1 돌연변이 폐암 말기환자에 대한 국내 임상시험(2013년 6월~2016년 2월)에서 자이카디아는 치료반응율 62%, 치료반응 지속기간 21개월, 암세포의 성장·전이가 일어나지 않는 무진행 생존기간 19.3개월 등 잴코리와 대등한 수준의 효과를 보였다. 임상연구 결과는 지난 5월 항암치료 분야의 유명 국제 저널인 ‘임상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logy, 논문인용지수 24)에 게재됐다.
폐암 환자 가운데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은 3~5%, ROS1 유전자 돌연변이 폐암은 3%쯤 된다.
조병철 교수는 “ALK 양성 비소세포 폐암치료제인 자이카디아가 ROS1 유전자 돌연변이 폐암에도 효과가 있다는 세포실험 데이터를 우연히 접하고 우리 연구소에서 보유한 폐암 세포주에 적용해보고 결과가 좋아 연구자 임상시험을 진행했다”며 “한국 연구자가 국내 환자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해 얻은 데이터로 전 세계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우리나라 항암치료 수준과 연구 신뢰도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