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중공업은 전 거래일 대비 28.75% 하락한 9만6,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중공업 주가가 1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10일 분할 재상장 이후 처음이다. 전날 대규모 영업손실과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것이 주가에 악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은 26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 4·4분기 2조1,000억원의 매출액, 3,618억원의 영업손실과 함께 1조3,0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시장전문가들은 조선업종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후판 가격 인상을 반영하면 현대중공업의 영업손실이 특히 심각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1위 조선사로 수주량이 많은 만큼 후판 등 가격이 비싼 원자재를 사서 배를 많이 만들면 많이 만들수록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삼성중공업과 한 배를 탔다”며 “삼성중공업 대비 약 2.6배 많은 수주량을 고려했을 때 후판 가격 인상분을 반영하면 현대중공업의 내년 영업적자는 삼성중공업의 2,400억원보다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조선용 후판 가격이 추가로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도 문제다. 유 연구원은 “최근 현대제철이 내년 비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을 확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조선용 후판 가격의 추가 인상 압력도 높다”며 “조선사들의 상선 부문 적자폭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중공업의 유상증자 계획도 규모가 과도하다며 시장 수급 상황에서 주가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증자 목적을 업황 회복 시점에서 경쟁사와의 격차 확대라고 설명했지만 그럼에도 유상증자 규모가 과도하다”며 “주가 희석효과 18.1%를 감안했을 때 투자심리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은 현대중공업의 목표주가를 5.9% 내린 14만 4,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중공업 쇼크에 계열사 주가도 이날 급락했다. 현대미포조선(010620)이 16.18% 하락한 7만7,700원에 마감했고 현대로보틱스(267250)도 3.74% 떨어진 채 장을 마쳤다. 현대중공업과 함께 국내 대표 조선주로 꼽히는 삼성중공업(-2.33%), 대우조선해양(042660)(-6.33%)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