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덕에...명동은 대변신 중

미국계 투자가 안젤로고든
KB국민銀 명동 본점 매매계약
17층 호텔·리테일로 개발 예정
SK D&D, 이지스운용과 손잡고
청휘빌딩 매입...리모델링 계획

미국계 투자가 안젤로고든이 투자하는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SK D&D와 이지스자산운용이 외국계 투자가와 손 잡고 투자하는 명동 ‘청휘빌딩’.
한국을 대표하는 상권이지만 지은 지 40~50년이 지난 노후화된 건물이 많은 명동에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투자가 늘어나면서 명동의 풍경이 크게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이나 작은 법인 소유 건물이 많은 명동에서 근래 상속 등의 이유로 매물이 나오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관들이 이를 사들여 신축이나 리모델링 등을 통해 자산 가치 상승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투자가인 안젤로고든은 최근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안젤로고든은 토지 가격으로 3.3㎡당 3억원, 총 2,400억원에 KB국민은행 명동 본점을 사들였으며 향후 지상 17층 규모의 리테일 및 호텔로 개발할 계획이다. 1층부터 8층까지는 리테일로 사용하고 상층부에는 호텔을 들일 예정이다. 내년 12월 착공해 오는 2020년 말에 준공하는 것이 목표다. 길 맞은편에 롯데백화점 등 대형 리테일 시설이 위치한 것과 달리 KB국민은행 명동 본점이 있는 쪽은 오래되고 낡은 리테일과 오피스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KB국민은행 명동 본점이 신축되면 거리의 풍경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안젤로고든은 지난해에도 명동에 위치한 지은 지 50년이 넘은 근린상가에 투자했다. 과거 패밀리 레스토랑 TGI프라이데이 명동점이 위치했던 중구 을지로 2가 199-13을 사들여 현재 리테일 시설로 신축 중이다.


또 부동산 개발회사인 SK D&D는 최근 이지스자산운용, 외국계 투자가와 손잡고 명동 한복판인 명동길 48에 위치한 청휘빌딩을 사들였다. SK D&D와 이지스운용은 지난 1969년에 준공돼 지은 지 50년 가까이 된 낡은 청휘빌딩을 리모델링해 자산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기존에 호텔과 리테일·오피스로 사용되던 건물을 호텔과 리테일로 새 단장할 예정이다. 부영이 9,000억원을 들여 인수하는 옛 외환은행 본점 건물도 향후 호텔이나 리테일 시설 등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아 명동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에도 기관들의 명동 지역에 대한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가장 땅값이 높은 명동의 경우 중소형 빌딩이라고 하더라도 자산 규모가 커 개인보다는 기관들이 투자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명동 지역에 투자한 한 투자자는 “명동 지역은 대부분 개인이나 작은 법인들이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개인들의 경우 오랫동안 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세대가 변하면서 상속 등의 이유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자산 규모가 크다 보니 기관들이 주로 사들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소형빌딩 중개업체인 리얼티코리아에 등록된 명동역 일대 중소형 빌딩 98개 중 65%인 64건이 개인 소유 건물이다. 이 중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건물은 15개 정도이며 대부분 1950~1960년대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다. 재산분할이나 자산정리 차원에서 매각하는 경우가 많으며 100억원에서 300억원 사이의 자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한국을 대표하는 상권이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어 향후 자산 가치 하락 위험도 크지 않아 국내외 투자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7월에 실시된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입찰은 안젤로고든을 비롯해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 PE), 싱가포르계 투자자 애스콧, 모건스탠리 등 다수의 외국계 투자가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전동찬 세빌스코리아 이사는 “한국 리테일 시장에 관심을 가진 외국계 투자가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명동”이라며 “명동은 경기가 나빠도 자산가치 하락 위험이 적어 안전한 투자처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