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증권시장 폐장일인 28일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1.26% 오른 2,467.49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정보기술(IT)주의 강세에 힘입어 0.82% 상승한 798.42를 기록하며 내년 증시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한국거래소 직원들이 색종이를 뿌리며 올해 증시 마감을 축하하고 있다./이호재기자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본다. 2016년 연말 증권가의 전망은 비관 일색이었다. 전문가 대부분은 5년여간 이어진 ‘박스피’가 2017년에도 계속된다는 관측을 내놓았고 그렇지 않은 소수파도 결국 대세를 따랐다. 박스권 장세가 워낙 오래되다 보니 남들과 다른 의견을 공개하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다. 하지만 연초부터 코스피는 달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급격한 상승장으로 돌변했다. 2018년 증시는 코스피 3,000, 코스닥 1,000을 바라본다. 내년 말 어떤 결과가 기다릴지는 알 수 없지만 올해 증시를 마감하는 28일 증시 전문가들은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다. 올해 코스피지수의 상승률은 21.76%, 코스닥은 26.44%에 달한다.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미국 나스닥지수(29%·현지시간 27일 기준), 홍콩 HSCEI(H지수·24%)와 함께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이익 달성,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 등이 결과적으로 섹터 순환매로 이어진 덕분이다. 새해 주도 업종·섹터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의 강세가 2018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증시를 이끈 업종은 단연 반도체와 바이오였다. 한국거래소의 KRX헬스케어지수는 연초 이후 55.59%, 반도체지수는 34.37%나 올랐다. 코스피 시가총액 최상위 종목이자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연중 상승률은 각각 41.39%, 71.14%에 달한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은 137.06%, 109.96%씩 급등했다.
이 같은 오름세 속에서 곡절도 많았다. 반도체는 탄탄한 실적과 업종 호황을 등에 업었지만 앞으로의 전망이 문제가 됐다. 지난달 JP모건과 모건스탠리가 잇따라 삼성전자의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하면서 하루 만에 삼성전자 주가가 5.08%(11월 28일) 급락하기도 했다. 이들 외국계 증권사는 낸드플래시 등의 가격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국내 증권가에서는 내년에도 반도체 수요가 견고해 여전히 투자 비중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11월 초를 기점으로 다시 250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로 일각에서는 저가매수의 기회라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반도체·바이오의 고점 논란, 거품 논란이 여전한 가운데 든든히 증시를 떠받쳐준 업종은 정유화학·금융이다.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S-OIL 등의 정유화학 종목은 증시 전반이 출렁여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은 채 꾸준히 올랐다. 금리 인상 수혜주, 고배당주로 꼽히는 금융주도 투자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반도체·바이오가 주춤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도 부진했던 11월에는 의류·화장품·식료품 등 유통주, 내수주, 중소형주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10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연장을 시작으로 중국인 단체 관광 재개 등 한중관계의 기류가 바뀐 덕분이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7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내수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진 상태다. 내년에 대한 전망치는 한마디로 “올해만큼은 아니어도 오른다”로 요약된다. 삼성증권이 내년 코스피 전망치 상단으로 3,100을 제시하는 등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29.4%(전년 대비)였던 코스피 영업이익 증가율 추정치는 내년에 15.4%로 다소 낮아지지만 기업 실적 개선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코스닥 영업이익 증가율 추정치는 올해 7.8%에서 내년 34.1%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펀드매니저들이 내년 중소형주 상승을 기대하는 이유다. 다만 하반기는 미지수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신임 의장 취임과 긴축 강화 가능성, 주식 시장의 비이성적인 상승세로 인해 하반기는 상반기보다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