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기술 부문 대거 발탁...상용차 전문 외국인 영입도

■현대차 임원승진 10% 줄여...7년만에 310명 그쳐
루크 동커볼케 등 부사장은 15명
미래 CEO 후보군 작년보다 늘려
픽업트럭 염두 다임러 출신 영입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
이종수 부사장
한동희 수석연구위원
마크 프레이뮬러 이사
마이크 지글러 이사
현대자동차그룹의 2018년 임원 인사에는 최근 위기에 빠진 그룹 분위기가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계 1~2위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의 판매 급감, 최악으로 치닫는 노사관계 등 악재가 겹친데다 원화 강세 등 내년 경영환경까지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승진자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현대·기아차 159명, 나머지 계열사 151명 등 총 310명이 승진했다. 승진자 수가 지난해 대비 10.9%, 2016년 대비 15.8% 줄었을 뿐만 아니라 2011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연구개발(R&D)·기술·디자인 역량 강화,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군 확대, 픽업트럭 등 소형 상용차 강화라는 방향성은 이번 인사에서 뚜렷이 드러났다.

◇R&D·기술 분야 약진= 최근 몇 년간 R&D 분야 승진자가 대거 배출되던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R&D·기술 부문 승진자는 모두 137명으로 지난해 133명보다 많다. 전체 승진자 중 R&D·기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8.2%에서 올해 44.2%로 6%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5년 내 최대 비중이다.


부사장 승진자 15명 중에서도 루크 동커볼케(52·사진) 현대·기아차 현대디자인센터장, 이종수(54) 현대·기아차 성능개발센터장, 정재욱(58) 베이징현대차(005380) 구매본부장, 탁영덕(59) 현대·기아차 상용R&D담당, 하언태(55) 현대차 울산공장부공장장, 최정연(58) 현대위아 구매본부장, 서명진(55) 현대제철 구매본부장, 이형철(58) 현대제철 포항공장장 등 8명이 R&D·기술 분야에서 배출됐다. 아울러 미국 스탠퍼드대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한동희(44) 현대·기아차 터보엔진리서치랩 연구위원을 전무급인 수석연구위원으로 승진시킨 것도 R&D 인재 우대 차원에서 이뤄졌다. 그룹 관계자는 “자율주행차 등 미래 선도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R&D 부문의 역할을 강조하는 한편 이 분야 우수 인재를 육성해 지속성장을 노리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미래 CEO 후보 육성=전체 승진자가 축소된 상황에서도 부사장 승진자가 지난해 11명에서 15명으로 늘어난 것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은 부사장까지는 정기 인사에서 승진시키지만 사장 이상은 수시 인사 대상이다. 현직 부사장들은 수시 인사에서 언제든 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고 CEO를 맡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이 이번에 부사장 승진자를 확대한 것은 미래의 CEO 후보를 육성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룹 관계자는 “부사장 승진자를 늘린 것은 중장기적으로 리더 후보군을 지속 육성함으로써 성장 잠재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현대차 그룹이 내년 현역 사장단 물갈이를 염두에 두고 부사장단을 늘렸다는 시각도 있다. 위기 상황이 길어질 경우 사장급에 대한 ‘책임 인사’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픽업트럭 등 차세대 먹거리 본격 준비=현대차그룹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상용차 전문 외국인 임원을 영입했다. 이는 미국 픽업트럭 시장 진출 등 해외분야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마이크 지글러(47) 현대·기아차 상용R&D전략실장은 독일 다임러그룹에서 트럭 개발을 맡던 인물이다. 마크 프레이뮬러(48) 현대차 상용해외신사업추진태스크포스팀장 역시 다임러그룹 출신으로 메르세데스벤츠 미니버스 세일즈·마케팅 이사를 맡았다.

한편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여성 임원은 안현주(45) 현대·기아차 IT기획실장(이사), 김원옥(56) 현대엔지니어링 화공사업지원실장(상무), 최유경(45) 현대카드 디지털 페이먼트 실장(이사대우) 등 3명이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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