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엣나인필름, 시네마달
용산참사의 진실을 재구성했던 <두 개의 문>에서부터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던 믿기지 않는 스파이 조작 사건의 실체를 담아낸 <자백>, ‘MB’ 비자금 연결고리의 실체를 추적했던 <저수지 게임> 등 정치권력의 민낯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지속적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오는 1월 25일 개봉하는 영화 <공동정범>이 높아진 정치의식을 바탕으로 정치권력을 겨냥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생존자들의 삶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국가폭력의 ‘흔적’을 담아내어 또 한번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공동정범>은 2009년 1월 20일, 불타는 망루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되어버린 이들이 엇갈린 기억을 추적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그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용산참사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보도되었지만, 풀리지 않은 의혹을 추적하거나 용산참사에 대한 보도 자체를 막았던 방송장악의 실체 등 참사 당시의 상황에 집중한 이야기들이 집중적으로 쏟아졌었다. 그에 반해, 망루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삶에 대한 관심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관심 밖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김일란, 이혁상 감독은 용산참사가 발생한지 9년이 지난 지금, 생존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의 영화적 구성을 완성하게 되었다고 밝힌 그들은 “세월호 당시에도 그랬지만 용산참사 역시 유가족을 중심으로 그들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고, 유가족들이 앞으로 버텨내야 할 시간들에만 관심이 있었다. 돌아보면, 슬픔이나 고통이 우열을 매길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생존자들의 고통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살아남았기 때문에 오히려 사는 게 지옥 같고 진짜 고통을 경험하는 것일 수 있음에도 그들의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어지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흐르는 것을 보면서, 망루 안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용산참사가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는 제작의도를 전했다.
서로의 억울한 감정들과 증오의 감정이 뒤엉켜 함께 살아남은 동료가 원망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모든 과정을 고스란히 따라감으로써, 개인의 삶에 파고든 국가폭력의 또 다른 모습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용산참사 유가족들은 2009년 1월 20일 그 날로부터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 느낌, 그 감각을 영화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고자 했다”는 김일란, 이혁상 감독의 이야기처럼, 그 어떤 참사의 현장보다 더욱 뼈아프게 국가폭력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의 진일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용산참사 9주기를 앞두고 국가폭력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 <공동정범>은 오는 1월 25일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