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원숙 캐리소프트 대표 /사진제공=캐리소프트
‘뽀통령(어린이 대통령 뽀로로)’ 이후 블록버스터급 캐릭터가 없어 위기감에 빠져 있던 국내 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캐릭터가 있다. 바로 ‘캐리와 친구들’이다. 지난 5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최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는 캐릭터 부문 대통령상을 받으며 존재감을 알렸다.
“캐리는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캐릭터가 될 거예요.”
최근 서울 구로구 캐리소프트 사옥에서 만난 캐릭터 장인 권원숙(48·사진) 캐리소프트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그의 자신감은 캐리가 유튜브 플랫폼을 기반으로 어린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성장한데다 ‘사람을 형상화한 캐릭터는 실패한다’는 업계 징크스도 깼다는 데서 나온다. 뽀통령과도 다른 성공 스토리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2014년 관광기획자였던 권 대표는 유튜브 채널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열었다. 크리에이터인 캐리 언니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 어린이 구독자들과 소통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국내 구독자 수만 160만명(현재 기준)을 넘어설 정도로 채널이 인기를 끌면서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크리에이터 중심이라면 출연자가 바뀌는 순간 채널의 정체성도 달라져요. 출연자에 좌우되는 게 아니라 세대를 넘어서도 유효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답이 캐릭터였죠”
서울 구로구 캐리소프트 사옥에서 권원숙 대표가 디자인팀 직원과 캐릭터 작업과 관련해 의논을 하고 있다. /홍태화 인턴기자
2015년 말부터 디자인팀을 두고 캐리·엘리·케빈 캐릭터를 만들어 다른 성격과 취향, 출신 배경 등 세계관을 구축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을 비롯해 캐리앤북스, 캐리앤송, 엘리가 간다 등 10개에 달하는 채널에는 크리에이터인 캐리와 친구 엘리·케빈 외에도 별도의 캐릭터 캐리·엘리·케빈이 개성 강한 인격체로 등장한다.캐리는 동양인, 엘리는 북미, 케빈은 중남미계로 설정해 해외진출까지 노렸다. 중국에서는 벌써 25억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유튜브 채널로 시작했지만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한 만큼 공연, 420종의 캐릭터 제품, 게임, 키즈카페까지 콘텐츠 영역을 넓히고 있다.
권 대표의 목표는 캐리소프트의 콘텐츠를 엄마·아빠 몰래가 아니라 함께 보도록 만드는 것이다. 그는 “패밀리 콘텐츠 기업인 만큼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아시아의 디즈니 같은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만들겠다”고 했다. 지금의 캐리 세대가 어른이 되면 캐릭터 중 가장 높은 20조원의 가치를 가진 일본 ‘헬로키티’ 같은 존재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정혜진기자·홍태화 인턴기자 made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