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팍팍한 세상살이 占 찾는 사회] 젊은층이 바꾼 점집 상권

'미아리 점집' 지고 '대학가 사주카페' 뜨고
홍대주변 타로카페 점심이면 북적북적
건대입구는 노점상 형태 타로점집 즐비
대학생·취준생 '재미반·진심반' 발길에
목 좋은 점집 경우 권리금 1억대 육박도

서울 홍대 인근 어울마당로에 사주타로 점집들이 밀집해 있다./한동훈기자


서울 홍대 인근 어울마당로에 사주타로 점집들이 밀집해 있다./한동훈기자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있는 한 사주 카페 전경. 중장년층뿐 아니라 20~30대 젊은층도 많이 찾는다. /이완기기자


“20~30대는 점집 하면 미아리보다 홍대를 떠올립니다. 홍대 점집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방송에도 많이 소개됐고 부담 없이 드나들 수 있도록 밝고 가벼운 분위기로 가게를 꾸며 젊은이들이 많이 찾습니다.” (홍대 사주타로숍 Q업체 직원)

지난 24일 서울 홍익대 인근 어울마당로에 있는 4평 규모의 사주타로 점집은 점심시간이 되자 들고나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연말 성수기를 맞아 거의 5분에 한번꼴로 커플 손님들이 점집을 찾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역술가 D씨는 “주말 성수기 때는 하루에 90~100명의 고객들이 방문하며 평일에도 20~30명이 다녀간다”며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홍보가 많이 됐기 때문에 처음 홍대를 방문하는 젊은층은 필수 코스로 사주타로 점집을 찾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대 인근이 점집의 메카로 떠오른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홍대 상권이 2000년대 들어 급부상하면서 하루 유동인구만도 20만명에 달하자 젊은층을 겨냥한 사주타로 업체가 속속 자리를 잡았다. 현재 홍대 어울마당로 250m 거리에만 15개의 사주타로 가게가 들어서 있다. 거의 세 집 건너 한 집꼴이다. 홍대 인근 전체로 보면 40~50개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일부 사주타로 업체는 체인점 형태를 갖춰 운영되고 있다. 점집타운의 중심축이 ‘미아리 점성촌’에서 홍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아리 점성촌 점집은 전성기 70여개에서 현재 30여개로 감소한 상태다.

어울마당로에서 영업 중인 G업체 직원은 “미아리 점성촌은 역사가 오래된 곳이지만 젊은층이 가기에 부담스럽고 교통편도 홍대에 비해 불편하며 분위기가 무거운 편”이라며 “반면 홍대 점집은 인근 상권과 어우러져 분위기가 밝고 복채도 1만~2만원대로 상대적으로 저렴해 주머니가 가벼운 20대들로부터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들 업체의 수익성도 좋은 편이다. 주로 현금이나 즉석 계좌이체 등으로 복비를 받는데 월평균 매출액이 최소 몇백만원에 이른다. 100만~200만원대인 월세를 빼고 남는 비용은 거의 순영업이익이라고 보면 된다.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어울마당로에 있는 점집의 권리금은 목이 좋을 경우 1억원대에 이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동쪽의 대표상권인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인근도 젊은이들에게 점집 메카로 각광 받는 곳 중 하나다. 대학생 등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사주타로 업체들이 즐비하다. 홍대와 달리 노점상 형태로 운영하는 업체가 꽤 있다. 이곳에서 영업 중인 역술가 B씨는 “상권이 발달한 대학가 부근에 잠재고객이 많은 편”이라며 “특히 향후 1~3년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대학생이나 취업준비생들이 재미 반 진심 반으로 점집을 찾는다”고 전했다.

현대판 ‘미아리 점성촌’의 또 다른 대표지역은 강남역 일대다. 강남대로 뒤쪽 이면도로 부근의 ‘강남역거리’로 불리는 이곳의 500m가량에는 20~30개 정도의 사주카페·타로카페 등이 들어섰다.

물론 과거와 같이 점포들이 일렬로 늘어서 있지는 않다. 대부분 음식점·편의점 등과 함께 집합상가에 들어서고 가게는 일정 간격을 두고 떨어져 있다. 그들 사이에는 어떠한 유대관계도 없어 보이는 느낌이다. S공인 관계자는 “대략 4~5년 전부터 일대에 타로카페 등이 몰린 것 같다”면서 “이 지역에 20~30개 정도의 유사업종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강남역 거리에 온종일 젊은 사람들이 넘쳐나기 때문에 이곳 카페의 주방문객 역시 20~30대 젊은 세대라고 한다. 게다가 시대가 청년들에게 전하는 불안감이 방문을 부채질하기도 한다. H카페에서 점성술사로 근무하는 40대 여성 S씨는 “손님 대부분이 20~30대 젊은층”이라며 “특히 강남역에 취업 관련 학원이 많아지면서 ‘토익족’ ‘공시생’ 등이 늘어나다 보니 최근 취업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도 ‘점집’이 적지 않게 몰려 있다. 압구정 사주카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문도 잦다. 역술가 L씨는 “압구정 일대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온다”면서 “대부분 관광 가이드의 안내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외국어를 공부하는 역술인들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곳 분위기는 예전만 못하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지금 일대에서 살아남은 사주·타로카페는 5~6곳 정도”라며 “몇년 전 10여곳의 사주·타로카페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은 많이 죽었다”고 했다. 이는 압구정 일대 상권이 축소된 탓이 크다. 인근 신사동 상권의 부상 이후 쇠락의 길을 걷는 압구정 상권이 ‘운명산업’에도 여파를 미친 것이다. S씨는 “사주카페도 지역의 전체적인 상권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면서 “압구정 상권이 죽으니 많이 떠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이완기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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