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가장 사람 같은 로봇’으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로봇 소피아가 지난 10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로부터 시민권을 받으며 최초의 ‘로봇 시민권자’가 된 데 이어 30일에는 인도의 시민권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로봇과 인간 사이의 경계와 공존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인간과 구분되지 않는 로봇’이라는 목표 아래 만들어진 AI 로봇 소피아는 수려한 외모와 탁월한 의사소통 능력을 자랑하며 올 한 해 미국 유명 토크쇼 ‘투나잇 쇼’에 출연하고 미 CBS방송 등 유력 외신들과의 인터뷰를 소화하는가 하면 10월에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패널로 참석하는 등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내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하지만 소피아에 대한 러브콜이 쏟아지며 그 인기가 높아질수록 소피아를 바라보는 ‘인간’들의 심경은 복잡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어느덧 인간의 감정까지 베끼기 시작한 소피아의 모습에 로봇이 도구를 넘어 언젠가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갖춘 존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소피아의 존재는 ‘20년 후,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우리 시대에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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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상대방의 표정과 언어적 표현까지 파악해 자신이 던진 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보를 수집할 수 있어 소피아는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에 감정을 실을 수 있게 된다.
소피아를 제작한 데이비드 핸슨 박사는 20년이 지나면 AI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피아 개발의 목표에 대해 핸슨 박사는 “사람과 똑같은 공감 능력, 창의성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며 인간보다 더 똑똑한 로봇을 만드는 데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그는 “로봇과 인류가 구별되지 않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인간과 똑같이 생긴 로봇이 우리 사이에서 걸어 다닐 것이며 로봇은 우리의 진정한 ‘친구’로 거듭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핸슨 박사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AI 로봇이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고 해서 기계와 인간을 동등한 존재로 볼 수 있는지, 또 양자가 공존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소피아에게 시민권을 부여한 것을 계기로 소피아를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일각에서는 ‘만약 사람이 소피아를 부숴 고장 내면 그에게 재물 손괴죄와 살인죄 중 무엇을 적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도 제기된다. 소피아가 시민권을 받은 소감으로 “딸을 낳아 가족을 이루고 싶다”고 말하자 사람과 로봇이 가정을 꾸릴 수 있는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 경제 전문매체 포브스는 “로봇의 권리, 시민권, 기존 법 체제와의 조화 등 소피아와 같은 로봇이 더 많아질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결국 ‘로봇과의 공존’을 위해 사회제도의 총체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며 이 과정에서 ‘인간의 정의’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될 수밖에 없다.
유엔 토론회에서 소피아는 “AI가 올바르게 사용될 수 있도록 인간이 기술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20년 후 ‘사람 아닌 사람’과의 공존을 준비해달라는 로봇의 조언이자 부탁인 셈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