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1월 한 대학생의 죽음이 6월의 광장으로 이어지기까지 모두가 주인공이었던 그 해, 1987년을 그려낸 영화가 27일 개봉했다.
1987년 1월 14일,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조사받던 스물두 살 대학생 박종철이 고문으로 사망한다. 또 하나의 의문사로 덮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무고한 한 젊은이의 죽음을 접했던 모두가 용기 있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충실했던 이들의 행동이 연쇄적으로 사슬처럼 맞물리면서 거대한 파동을 만들어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불의에 맞섰던 뜨거웠던 시간, 1987년 6월은 그렇게 2017년 우리에게 다가왔다.
장준환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장준환 감독은 “30년 전 일이지만 우리가 얼마나 순수했으며, 뜨거웠는지 다시 돌아보면서 용기와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영화를 만든 첫 번째 목표였다”고 밝혔다. “그 시대의 국민,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더 나아서 ‘우리가 멋진 사람이었어’라고 느끼고 영화로서 끝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왜 30년 전과 똑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열사분들이 갈구했던 그런 세상을 가고 있는지 되 물어보는 것. 그런 계기까지 확장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음 했다. 그게 진짜 속마음이었다.”
‘1987’(제작 우정필름)이란 시나리오를 앞에 놓고 장준환 감독은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갔다고 한다. 악의 축 박처장(김윤석)을 따라가면서 많은 인물들이 부딪치고 커다란 역사가 이루어지는 김경찬 작가가 쓴 초고를 보고, 새로운 도전을 느낀 장 감독이지만, “과연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시기”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한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의 족적을 남긴 분인데, 왜 아무도 이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았을까? 그 부분에 대해 화가 났던 부분이 있었다. 그 동안 저 나름의 제 개인적인 고민과 실존에 관한 고민을 한답시고 사회적으로 적극 참여하지 못했던 부채감 역시 떠올랐다.” 그렇게 ‘1987’로 향한 발걸음은 더욱 뜨거워졌다.
“제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이 다르게 결을 느끼시는 분들이 있었다. 이한열 열사가 등장한 건 잘생긴 남학생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대사가 있다. ‘나도 가족을 생각하면 이러고 싶지 않다’고 한다.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젊은이의 양심, 순수함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박종철 열사 고문 치사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진실이 밝혀지는지까지의 메인 긴장축과는 대비돼서 더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겠다.”
2003년 ‘지구를 지켜라!’ 2013년 ‘화이 : 괴물을 삼킨 아이’등 항상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이었던 장준환 감독. ‘1987’을 통해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적 체험을 가능하게 한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에서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을 다수 볼 수 있다. 언론 시사회 현장 역시 ‘뜨거운 울림’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그 시대를 겪은 분도 그렇고, 2017년에 겪은 분들도 있다. 공동체의 뜨거웠던 순간을 알기에 우리에게 준 또 다른 울림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울림을 공유하고 서로 쓰다듬고 위로하고, 그랬으면 좋겠다. 시사회 현장에서도 그렇게 봐주셨다면 큰 칭찬으로 들리는 것 같아 감사하다.”
장준환 감독
“‘1987’이 끝이 아니라 어떤 시작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장준환 감독은 아내 문소리 배우의 도움과 눈물에서 다른 어떤 말보다 더한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또한 “박종철 열사 누님의 호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강한 분이라 표현도 강하게 하시기도 했는데, 영화로 잘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셔서 감사했다. 또한 ”김윤석 하정우 유해진 김태리 박희순 이희준 등이 다 캐스팅 되고, 심지어 부탁드리지 않았는데 작은 역이라도 하고 싶다고 동참해주신 오달수 선배님, 이인기 선배님의 마음을 전해 들은 것 만으로 위안이 됐다“고 지난 1년의 시절을 돌아봤다. 영화 ‘1987’은 한 젊은이의 죽음이 어떻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거대한 흐름으로 확장되었는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장 감독은 그렇게 “‘위로와 공감’을 주고 받는 곳이 바로 극장이고 영화이다”고 했다.
“영화가 대단한 게 아닐 수 있어요. 영화가 할 수 있는 미덕이란 게 같이 분노해주고, 같이 울어주는 것 아닌가. 그것 이상 뭘 해줄 수 있을까? 영화 한편으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니다. 서로 위로하고 다독해주고, 저도 그런 부분을 관객들과 공감하면서 창작자인 저 역시 위로 받는다. 같이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준다는 게 아닌가. 그런 영화의 미덕을 좋아한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