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2018년도 인사’가 29일 대부분 마무리됐다. 올해 인사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는 단연 ‘세대교체’와 ‘성과주의’였다.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 연구개발(R&D) 인력의 중용이 두드러졌다. 글로벌 경영 및 실력 주의 가속화에 따른 외국인 임원과 여성의 약진도 특징으로 꼽힌다. 재벌 오너가에서 승진자가 적었던 것도 눈에 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기업마다 사풍은 다르지만 삼성전자의 파격적인 젊은 피 수혈을 필두로 세대교체·신상필벌을 바탕으로 한 성과주의 바람이 거셌다”며 “인사가 만사라는 점에서 인재 발탁에 심혈을 기울인 한 해”라고 말했다.
①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반도체 등 호황업종 ‘승진파티’
삼성전자의 7명 사장 승진자 중 무려 4명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온 것은 실적 인사의 대표 사례다. 최고의 시기를 구가하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부품(DS) 부문에서는 12명의 발탁 승진을 비롯해 무려 99명이 승진했다. 미래 최고경영자(CEO) 후보인 27명의 부사장 승진자 중 12명도 반도체 부문에서 나왔다.
GS그룹에서도 정유와 석유화학 호황으로 호실적을 낸 GS칼텍스 인사들이 대거 약진했다. 사장 승진자 3명이 모두 GS칼텍스 출신일 정도. 전무급 승진자 4명 중에서도 2명이 GS칼텍스에서 나왔다. SK그룹에서도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한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에 승진자가 몰렸다.
반면 실적 악화로 어려웠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임원 승진자 수가 301명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②50대 사장이 대세…거센 세대교체 바람
이번 인사에서 각 기업 주요 포스트의 CEO가 50대로 교체됐다. 삼성전자는 김기남(59) DS부문장, 김현석(56) CE부문장, 고동진(56) IM부문장 등 3대 사업 부문장 진용을 50대로 꾸렸다. 삼성전자 사장 승진자 7명 전원이 50대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55.9세이고 가장 젊은 강인엽 사장은 54세에 불과했다.
LG전자의 사장 승진자인 권봉석(54) HE사업본부장, 권순황(59) B2B사업본부장, 박일평(54)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소프트웨어센터장도 모두 50대였다. GS그룹에서도 55세인 정찬수 ㈜GS 부사장과 김형국 GS칼텍스 부사장을 각각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GS그룹 CEO 평균 연령은 59세에서 58세로 낮아졌다. 30~40대 임원도 대거 발탁됐다. 삼성전자 부사장·전무 승진자 85명 중 40대가 13명이다. 2016년에는 3명에 불과했다. GS의 승진·이동 임원 30명 중 14명이 40대다.
③R&D·외국인·여성 임원 약진…오너가는 승진 자제
R&D·기술 인력에 대한 우대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은 전체 승진자 중 R&D·기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38.2%에서 올해 44.2%로 6%포인트 높였다. 이는 최근 5년 내 최대 비중이다. 아울러 기계공학 박사 출신인 한동희(44) 현대·기아차 터보엔진리서치랩 연구위원을 전무급인 수석연구위원으로 승진시킨 것도 R&D 인력을 우대한 케이스. 삼성전자도 DS 부문 승진자 중 50% 이상이 R&D 분야에서 나왔다.
외국인들도 약진했다. 현대차그룹은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독일 다임러그룹에서 이사 2명을 영입했다. 삼성전자도 제임스 엘리엇 상무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모두 9명의 외국인 임원에 대한 승진을 단행했다.
여성 인재도 대거 발탁됐다. 삼성전자는 7명의 여성 임원을 승진시켰고 LG그룹에서도 역대 최대인 7명이 승진했다. SK그룹의 첫 중국인 임원이 된 차이롄춘 팀장은 여성이자 외국인이며 40대다.
한편 오너 패밀리에서는 승진자가 적었다. 허창수 GS 회장의 조카이자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인 허철홍 ㈜GS 상무,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장남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부사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아들 이규호 상무, 이재현 CJ회장 장녀 이경후 상무가 이번 인사에서 승진했다.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