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정유시설. /서울경제DB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비공개 회동이 확인되면서 SK그룹이 진행하거나 추진하는 중동 관련 사업에도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와 SK가 부인하고 나섰지만, 회동 시점이 임 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직전이라 어떤 식으로든 중동 관련 사업이 논의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계열사별로 중동에서 건설·에너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도 중동 사업 확장을 위해 현지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예멘 등에서 석유개발과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SK건설은 터키 보스포러스해협 제3대교 건설·유라시아 해저 터널 공사와 함께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플랜트 공사를 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지난해 말 직접 UAE를 찾아 현지 국부펀드 MDP와 석유회사 MP의 최고경영자(CEO) 등과 면담하고 기존의 석유산업을 뛰어넘는 새로운 협력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도 방문해 국영 화학회사 ‘사빅’의 고위 관계자와 글로벌 진출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그룹 계열사들도 최근 중동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로, 대표적으로 SK네트웍스가 지난해 3월 문종훈 당시 사장이 이란, 사우디, 두바이 등을 방문한 데 이어 같은해 말 상사 부문 내에 중동사업부를 신설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UAE에 파병된 ‘아크부대’를 축소하려 했고 이것이 빌미가 돼 우리 기업의 중동 사업이 영향을 받고 있다는 등의 이런 저런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아크부대는 UAE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과 함께 한·UAE 협력의 상징으로 꼽힌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화학, 건설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기 때문에 중동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다만 지역이나 업종 측면에서 사업 범위가 워낙 넓어서 이번 회동과 중동 사업을 직접 연계시키는 추측은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