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학생 선발 우선권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강남·서초구와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의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연합뉴스
정부가 자율형 사립고와 외국어고, 국제고의 학생 선발 우선권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강남·서초구와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의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고등학교 교육 환경이 좋고 학원 시설이 잘돼 있는 이른바 ‘학군·학원 특수 지역’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3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요즘 재건축 추진과 별개로 전세 물건이 없어 계약을 못 할 정도이다. 이 아파트 115㎡ 전셋값은 최근 6억4,000만원까지 전세 거래가 이뤄진 뒤 현재 호가가 6억7,000만원에 이른다. 최근 한 달여 만에 3,000만원 상승했다.
새 아파트로 인기가 높은 대치동 래미안 대치팰리스 전용 84㎡는 지난달 초까지 전세가 12억∼1억2,000만원 선이었으나 현재 13억원으로 1억원 가까이나 급등했다. 개포 우성 2차 137.4㎡ 전세의 경우도 11월 11억∼11억5,000만원 선이었으나 이달에는 12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까지 강남구 대치동은 겨울방학 이사 철에도 불구하고 전세 물건은 많았지만 수요가 없어서 가격도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1년 만에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정부의 교육제도 개편이 최대 원인으로 꼽힌다. 자율형사립고·특목고 학생 우선선발권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 개편안이 지난달 발표되면서 학군 인기 지역의 전세 수요가 급증한 것이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자사고나 특목고 등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는 바람에 원치 않는 일반고로 배정될 위험을 감수하느니 안정적인 명문 학군에 배정되는 게 낫다고 보는 것 같다”며 “최근 2∼3년간은 단기 학원수요를 제외하고는 방학 특수가 거의 없었는데 올해는 사정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강남에는 못 미치지만 양천구 목동의 전셋값도 강세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2단지 95㎡는 지난 10월 전셋값이 6억원이었으나 이달 초엔 6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신시가지 5단지 65㎡는 10월 초 전셋값이 4억3,000만원이었으나 현재 4억8,000만원으로 올랐다.
목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예년보다 전세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대학 진학률이 높은 학교 주변 아파트로 강서권역의 학부모들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북지역의 인기 학원가인 노원구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 아파트 전셋값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서라벌고·영신고·대진고 등 인기 학교에 배정받을 수 있는 청구건영 아파트 전용 85㎡는 현재 전셋값이 5억2,000만∼5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지난 10∼11월에는 4억원대 후반에 그쳤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본격적인 방학 이사 수요가 집중에는 1∼2월에도 국지적인 전세난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