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경영키워드] 삼성- 포스트 반도체·조직안정, 현대차 - 中시장 재도약·노사화합

SK, 공격투자로 '딥체인지' 구체화
LG, 전장·올레드 등 신사업 다지기
롯데, 지주사 체제 안정에 주력
포스코, 100년기업 도약 발판 마련
한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나서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새로운 해를 맞게 됐다. 그동안 삼성을 이끌어오던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신종균 사장이 물러나면서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 등 젊은 경영진이 ‘뉴 삼성’을 이끌게 됐다. 이들 경영진은 총수 부재의 위기를 넘어서야 하는 동시에 포스트 반도체 등 새로운 성장 돌파구를 제시해야 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한 해 반도체 호황 덕에 유례없는 호실적을 맛봤지만 올해는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우선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했던 D램·낸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올 상반기에 꺾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는 상황이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그 수준이 지난해만 못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올해 메모리 사업보다 경쟁력이 약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에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가 더 절실해졌다.

TV 사업도 가시밭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는데 올해도 이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사다. ‘마지노선’이었던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 20%선이 지난해 3·4분기에 깨졌다. 정체된 TV 시장에서의 수익 확보를 위해 선택한 대형·프리미엄화 전략이 얼마나 시장에 먹혀들지가 1위 수성의 관건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여파로 지난해 판매량이 목표치보다 10%가량 밑도는 최악의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 올해 경영 화두는 회복과 화합. 당장 30%가량 급감한 중국의 판매량을 얼마나 회복할지가 관건이다. 중국과 함께 양대 시장인 미국 시장도 코나와 신형 싼타페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인업 확대로 감소했던 판매량을 끌어올려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노조와의 관계 회복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다. 수차례 파업하는 진통을 겪고도 현대차 노사는 끝내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에 실패했다. 임단협이 해를 넘긴 것은 현대차 역사상 처음이다. 노사 간의 팽팽한 기 싸움을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마치느냐가 올 한 해 생산성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송년회 자리에서 “내년에도 SK신화를 써 나가자”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최 회장 말처럼 SK그룹은 올해 공격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비욘드 2017’을 실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최 회장이 제안한 사회와 함께하는 ‘딥체인지’ 경영도 올해 더 구체화시켜야 한다. 경제적 가치 창출은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올해 SK그룹의 새로운 과제 중 하나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주력사에서 선보였던 ‘공유 인프라’ 경영을 올해는 다른 계열사들도 다양하게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그룹은 올 한 해도 신사업의 기반을 다지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전장사업·전기차배터리 등이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신사업의 핵심 키워드다. 이와 함께 기존 사업의 수익성 유지가 경영 키워드다. 제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10%대 영업이익률을 달성한 LG전자의 가전 사업과 LG디스플레이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등 기존 사업들의 수익 확보가 핵심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신동빈 롯데 회장이 경영비리 혐의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받아 총수 부재 상황은 가까스로 면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신 회장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남은 만큼 올해는 그룹 재정비에 더욱 무게를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지난해 10월 전환한 지주사 체제를 안정시켜야 한다. 해결하지 못한 11개의 순환출자고리는 올 3월까지 해소해야 하며 신 회장의 재판과정에서 제기됐던 일본 롯데발 경영권 위협 가능성도 없애야 한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따른 실적 부진도 해소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50주년을 맞는 올해 포스코의 경영은 재도약과 100년 기업으로 압축된다. 포스코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남은 백 년을 도약하기 위해 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권오준 회장은 내년 4월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미래비전을 선포하며 신경영을 선언할 예정이다. 기가스틸 등 고부가가치 강재품목을 중심으로 고급철강 시장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을 더 키우는 글로벌 비전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GS그룹은 에너지,유통 등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신성장동력을 발굴해 사업 고도화의 과제를 안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속 성장 기반의 구축과 함께 경쟁력 강화를 통한 ‘글로벌 한화’를 올해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고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의 신사업 안착과 내실 다지기의 한 해로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박성호·한재영·조민규·구경우기자 jun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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