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조작으로 1년간 영업 중단을 한 뒤 2018년 1월부터 판매 재개에 나서는 폭스바겐이 ‘위탁딜러체제’라는 초유의 실험을 시작한다. 딜러의 재고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딜러 마진을 대폭 줄여 무분별한 가격 경쟁을 막겠다는 전략으로 수입차 시장 전반에 판매 방식의 변화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최근 카카오를 통한 온라인 판매 채널을 준비하던 것을 잠정 보류한 대신 현행 딜러 체제를 위탁딜러 형태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두자릿수 이상의 판매 수수료를 6.5%로 낮추는 등 세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아직 도입 시기나 구체적인 조건 등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다양한 방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대부분의 수입차 딜러사들은 해당 브랜드의 한국 판매법인으로부터 차량을 선구매한 후 고객에게 되파는 형태로 영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판매사가 내건 정가보다 약 15% 저렴한 가격에 차량을 구매해 이윤을 남긴다. 반면 위탁딜러는 고객과 판매법인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고 일정 규모의 판매 수수료를 받는 체제다.
폭스바겐이 위탁딜러 체제로 전격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무분별한 차량 가격 인하를 막기 위해서다. 현재 폭스바겐은 클라쎄오토와 마이스터오토·아우토플라츠 등 서울·경기 딜러사 3곳을 포함해 총 8곳의 딜러사를 두고 있다. 그동안 개점 휴업이었던 이들 딜러사는 판매 재개 시 고객을 잡기 위한 출혈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위탁딜러 체제로 딜러 마진이 줄어들면 딜러사의 자체적인 가격 인하 프로모션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관건은 고객의 가격 부담을 어떻게 흡수할 수 있을지다. 이미 국내 소비자들은 딜러 할인에 익숙하다. 더군다나 브랜드 이미지에 금이 간 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눈높이도 낮아졌다. 이에 대해 폭스바겐은 새로 출시하는 모델의 공식 가격을 최대한 낮게 설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폭스바겐이 신형 티구안의 엔트리 트림에 2륜구동을 적용하고 직물 시트를 장착하기로 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의 이 같은 실험이 성공하면 수입차 시장 전반의 판매 체계 전환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최근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브랜드의 경우 과도한 물량 밀어내기로 딜러사와 본사의 수익성이 동반 악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폭스바겐의 위탁딜러 체제 전환이 성공한다면 수입차 시장의 판매구조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