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 고발로 들어온 사건들의 수사를 본격화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구상엽 부장검사)는 국세청으로부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것으로 의심되는 차명계좌 정보를 넘겨받아 조세포탈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김양수 부장검사)에서는 효성그룹 비자금·배임 수사가 한창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을 이달 중 소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는 탈세와 친족회사 자료를 허위 제출한 혐의로 국세청과 공정위에서 고발한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출국금지 조치하고 본격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에서 KT의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과 관련해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한 뇌물 여부를 수사하기 시작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면 검찰이 일부 대기업을 겨냥한 대대적 사정작업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 정권 들어 이뤄진 적폐 수사로 검찰은 기업비리 수사를 거의 못했다”며 “이미 검찰 안팎에서는 앞으로 수사 대상으로 몇몇 대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법원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 대한 수백억원대 뇌물 제공혐의로 재판 중인 대기업 총수들의 선고가 연초부터 예정돼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27일 뇌물 재판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징역 12년이 구형됐고 다음 달 5일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달 26일 최씨 등과 함께 뇌물재판 1심 선고를 받는다. 신 회장과 신격호 롯데 창업주(총괄회장) 등 롯데 총수일가는 1,750억원을 웃도는 경영비리·배임 재판 항소심도 올해 치러야 한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국내 사법·사정 시스템은 회사에 큰 손실이 났다는 사유만으로 정상적 경영판단인지, 비리 의도가 있었는지를 가리기 어려운 배임죄를 기업인들에게 들이댈 때가 많다”며 “주주들의 손해배상 청구처럼 민법으로 풀 수 있는 기업인의 경영판단을 형사 처벌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개별 기업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노동계 이슈도 법원에 쌓여 있다.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이달 18일 근로시간 단축 문제와 직결된 휴일 근로수당 중복할증(통상임금 대비 200% 할증) 사안에 대한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또 지난해 1심에서 승소해 4,300억원대 추가 수당을 확보한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 등 주요 기업들의 통상임금 재판도 산업계의 관심거리다.
/이종혁·안현덕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