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나의 해-<1>최혜진] "올 US 여자오픈 우승하고 싶어...진짜 목표는 명예의 전당"

작년 US 여자오픈 준우승 기염
OB 모르는 270야드 장타 강점
"팬들 응원 피켓 문구 이제 적응
LA서 PGA투어 출신 위창수와
한달간 쇼트게임 완성도 다질 것"

최혜진이 ‘2018 대박’이라고 직접 써넣은 골프볼을 가리키고 있다. /권욱기자
‘손하트’를 만들어 보이는 최혜진 /권욱기자
인터뷰 도중 TV에 US 여자오픈 재방송 화면이 나오자 최혜진(19·롯데)은 눈을 떼지 못했다. “저렇게 먼 거리 퍼트가 있었나? 아, 저 홀에서 파 지켰어요.”

최혜진은 무술년 한 해 동안 신문이나 TV 중계를 통해 가장 많이 언급될 골프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7시즌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2승을 올리는 18년 만의 진기록을 쓴 그는 7월에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의 메이저대회인 US 여자오픈에서 준우승하며 국내외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US 여자오픈 현장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아마추어 선수가 공동 선두를 달리는데 몇 십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대단히 흥미롭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8월 말 프로에 데뷔한 후로도 안정적인 성적을 이어가던 최혜진은 2018시즌 첫 대회로 지난달 베트남에서 열린 효성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새 시즌 ‘신인왕 0순위’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피팅센터에서 만난 최혜진은 한 해를 되돌아보며 “이제는 팬분들이 준비해오신 응원 피켓에 조금 적응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시즌 초반에는 경기 중에 팬분들이 준비해온 응원 피켓을 보면 놀라고 어색해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다른 언니들이 응원받는 것은 많이 봐왔는데 제 이름이 들어간 피켓을 보니 정말 민망해서…. ‘사랑합니다’ ‘펭귄공주’ 이런 문구 보면 숨고 싶더라고요.”

경남 김해 출신인 최혜진은 지난달 31일 부산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 초청받아 뜻깊은 새해를 열었다. 그는 “그동안은 매번 국가대표 전지훈련지나 해외 대회장에서 새해를 맞았는데 직접 제야의 종을 치니 완전히 색다른 기분이었다”며 “종을 치면서 식구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고 올 한 해도 부상 없이 보내게 해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앞서 30일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수(빅뱅) 콘서트도 갔다.

1999년생인 최혜진은 올해 우리 나이로 스무 살이 된다. 그는 “‘벌써 스무 살’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친구들끼리 스무 살 기념으로 같이 놀러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들떠 했는데 아시다시피 그럴 수는 없다”며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고려대 국제스포츠학부 2018학번이 되는 그는 “새로 만난 학교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나눠보고 싶다”고 했다.


물론 학교생활이나 여행보다 훈련이 먼저다. 오는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가 약 한 달간 쇼트게임 완성도 다지기에 매진할 계획이다. 최경주의 추천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 출신 위창수한테서 레슨을 받기로 했다. 최경주도 지난해 초부터 위창수를 코치 삼고 있다. 최혜진은 전훈 이후 2월 호주 여자오픈과 3월 싱가포르 HSBC 월드챔피언십에 출전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올해 5대 메이저를 포함, LPGA 투어 8개 대회 출전 계획은 확정했고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일찌감치 LPGA 투어에서 우승해 미국 무대 진출권을 확보해놓고 여유롭게 KLPGA 투어 시즌을 치르는 시나리오도 기대해볼 만하다. 최혜진은 2월이나 3월에 덜컥 우승하고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하하하…. 제 답변은 ‘그저 웃지요’입니다”라고 했다. 김칫국을 먼저 마시지 않겠다는 뜻이지만 정말 우승한다면 최혜진은 미국 진출을 굳이 미룰 이유가 없다. 아마추어 때부터 해외 투어 대회를 심심찮게 경험하며 큰 무대를 휘젓는 꿈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최혜진은 벌써 세계랭킹이 12위다. 박인비보다 한 계단 높다. 지난해 143위로 출발해 도약을 거듭했다. “지난해 초반에는 저한테 랭킹이 매겨져 있는지조차 몰랐다”는 설명. 최혜진은 “시즌 내내 국내 투어를 뛰게 된다면 톱10 안에서 마치는 게 목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혜진의 최대 강점은 똑바로 가는 장타와 태평해 보이기까지 한 여유다. 평균 드라이버 샷 270야드에 이르는 장타는 지난 시즌 아웃오브바운스(OB)를 낸 기억이 거의 없다. “2주간 다른 브랜드의 클럽을 테스트해볼 겸 대회에 들고 나갔다가 ‘한 방’ 낸 적은 있다”고 했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이었는데 그래도 마지막 날 바짝 스코어를 줄여 준우승했다. 대회 중 스윙 동작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이 홀에서 어떻게 치면 되겠다’는 공략법만 머리에 담는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태권도와 축구를 해서인지 체력도 자신 있는 편이다.

최혜진은 아마추어는 상금을 받지 못한다는 규정에 따라 못 받고 넘어간 상금이 지난해만 10억원에 이른다. 물론 8월 말 프로 데뷔 이후로는 11월 이벤트대회 LF포인트 왕중왕전 우승상금 5,000만원과 지난달 효성 대회 우승상금 1억4,000만원 등 꼬박꼬박 상금을 쌓았다. 최혜진은 “주변에서 상금에 대한 얘기를 많이들 하시는데 솔직히 별 느낌이 없다. 돈 관리는 부모님 몫이라 저는 숫자로 적힌 것만 봤지 실제 돈은 보지도 못했다”면서 “최근에 코트 같은 외출복 몇 벌 샀고 공익근무 중인 네 살 터울 오빠한테 용돈을 좀 주기는 했다. 아빠가 주시는 것보다 조금 더 줬다”며 웃어 보였다.

골프장에서는 박인비의 퍼트와 박성현의 장타, 이정은의 꾸준함을 배우고 싶다는 최혜진은 골프장 밖에서는 틈나는 대로 기타와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요즘은 ‘코인 노래방’에서 윤종신의 ‘좋니’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 지난해 국내 투어를 평정한 이정은과는 같은 조 맞대결이 두세 번이었는데 매번 날씨가 좋지 않아 둘 다 망쳤다고. 국가대표로 6개월간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둘의 경쟁은 올 시즌 국내 투어의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최혜진은 “골프는 자기 볼 놓고 자기가 치는 거니까 경쟁은 의식하지 않는다”면서 “정은 언니는 특히 컷 탈락이 아예 없다는 게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저도 사람들에게 늘 꾸준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최혜진은 LPGA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기 위한 자격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한국인 입회 선수는 박세리와 박인비 둘뿐. “올해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는 US 여자오픈이지만 진짜 목표는 명예의 전당입니다. 메이저 우승을 원하는 것도 명예의 전당 포인트 때문이에요. 할 수 있을 때까지 오래오래 골프 하면서 목표를 이뤄야죠.”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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