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보호 뒷전…수수료만 올리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 0.001비트코인으로 2배인상
인상폭·시기 제각각 소비자 분통



가상화폐 투기 과열 우려로 정부가 강력한 규제 도입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줄줄이 비트코인 출금 수수료 인상에 나섰다. 거래소들은 송금 지연을 방지하기 급행료 성격으로 받는다고 항변하지만 일각에서는 인상 이후에도 서버 과부하에 따른 지연 현상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데다 거래소마다 인상 폭이 달라 ‘깜깜이’ 인상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통화 거래소인 빗썸은 지난 1일 비트코인 출금 수수료를 0.0005비트코인에서 0.001비트코인으로 2배 올렸다. 1비트코인에 1,800만원 기준으로 원화로 계산하면 9,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린 셈이다. 코인원도 지난달 28일부터 출금 수수료를 0.0005비트코인에서 0.0015비트코인으로 올렸다. 업비트는 지난달 24일 한시적으로 0.0005비트코인에서 0.001비트코인으로 수수료를 올렸다가 비판여론을 의식해 일주일 뒤인 31일 다시 0.0005비트코인으로 원래대로 되돌렸다.

거래소들은 “비트코인 거래가 늘면서 송금이 지연되거나 미승인되는 사례가 늘어 부득이하게 출금 수수료를 조정했다”고 해명했다. 비트코인 거래내역은 은행처럼 중앙서버에 입력되는 것이 아니라 블록체인(분산원장기술)에 기록되는데 채굴자가 이 거래내역을 검증해야 거래가 이뤄진다. 거래소는 비트코인을 다른 거래소 등으로 옮길 때 채굴자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출금 수수료를 내는데 이때 채굴자는 수수료가 많은 비트코인 송금을 상대적으로 우선 처리하기 때문에 수수료 인상이 출금 지연을 해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수료 지불 구조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데다 인상 이후에도 지연이 계속돼 비판을 사고 있다. 실제 빗썸은 수수료 인상 후인 지난달 30일에도 출금 지연 현상이 계속되자 “현재 이용자 급증으로 인해 모든 암호화폐의 출금이 지연되고 있다”며 “잠시 후에 이용하기 바란다”는 황당한 공지를 올려 비판을 자초하기도 했다. 특히 각 거래소의 수수료 인상 폭과 시기가 제각각이어서 수수료가 제대로 출금 지연 해소에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사전 공지 없이 기습적으로 인상 사실을 공지하고 바로 바뀐 수수료를 적용한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료 인상, 점포 폐쇄 등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적어도 수일에서 수 주일 전에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공지하는 반면 거래소에는 아무런 제재가 없다”면서 “가격을 보고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권리를 박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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