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업계는 올해도 가볍고 빠른 트렌드와 손을 잡고 부담스러울 만큼 화려한 컬러와 장식으로 젊은 층을 유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붉은 용 무늬가 바지 전체에 그려진 청바지라던가 정체 모를 양말 달린 운동화, 시장 가방처럼 생긴 가죽가방 등이 등장해 명품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킨 바 있다. 아울러 루이비통과 슈프림, 알렉산더왕과 아디다스오리지널스, 생로랑과 꼴레뜨의 맞손처럼 컬래버레이션 열풍이 예상된다.
실제 밀레니얼의 선택에 지난해 뜨고 진 브랜드도 확연히 갈렸다.
서울경제가 지난해 국내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을 집계한 결과 구찌, 발렌시아가, 루이비통 등은 성장과 더불어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반면 변신에 실패한 버버리, 페라가모, 프라다, 아르마니는 추락했다. 또 지속적으로 가격을 올린 샤넬은 콧대 높은 에르메스와 함께 하이엔드 럭셔리로 이미지를 굳히며 한 자릿수 성장을 지속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구찌 신장률은 A 백화점은 40%, B 백화점은 50%를 넘어섰다. 발렌시아가도 베트멍 브랜드의 뎀나 바잘리아 디자이너가 합류한 뒤 큰 폭으로 성장했다. 특히 이케아 쇼핑백을 닮은 발렌시아가백은 패션 피플의 잇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이 여세를 몰아 발렌시아가의 지난해 B 백화점 매출 신장률은 50%를 넘어섰다. 샤넬은 B백화점에서 11.8%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며 하이엔드로 자리를 굳혔다.
루이비통X슈프림 콜렉션./사진제공=루이비통
반면 변화에 실패한 프라다와 페라가모, 버버리 등 전통 브랜드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프라다는 지난해 2011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해 B 백화점에선 11% 뒷걸음질쳤다. 버버리는 A, B 백화점에서 각각 5~10%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로써 글로벌 버버리의 CEO 교체와 더불어 버버리 재도약을 이끌던 크리에이티브 총괄책임자 크리스토퍼 베일리 대신 셀린을 성공으로 이끈 디자이너 피비 파일로가 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울러 과거 구찌와 비슷한 대열이었던 청담동 선호도 1위 브랜드 페라가모는 가장 큰 수모를 맛본 명품 브랜드가 됐다. 루이비통이 슈프림과 교배해 이단아를 낳아 혁신을 추구한 사이 페라가모는 과거 단정한 디자인의 시그니처인 ‘바라’ 구두의 디자인에 갇혀 국내 백화점에서 매출이 두 자릿수 하락했다. 모 백화점 관계자는 “2014년 가격 인상 이후 엔트리급 명품 브랜드를 찾던 중산층의 발길마저 뚝 끊겼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지난해 가을 겨울 시즌을 강타한 ‘루이비통x슈프림’ 협업처럼 기존 인기 상품을 재해석하고 브랜드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이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 발렌시아가는 오는 3월 파리패션위크부터 남녀 통합 런웨이를 진행하며 젠더리스 스타일 아이템을 강화해 주목받을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 의류에서 매출 80% 신장률을 기록한 크리스챤디올도 슈즈와 의류 부문에서 인기가 예상된다.
이흔후 롯데백화점 해외명품 바이어는 “명품들은 특유의 전통을 내세우지 않고 스트리트 브랜드와의 적극적인 협업, 온라인 시장 진출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세계(004170)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명품 ‘빅3(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외에 구찌, 생로랑, 고야드 등이 기존과는 차별화된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심희정기자 yvette@sedaily.com
발렌시아가 ‘캐리 쇼퍼 백’./사진제공=발렌시아가
루이비통X슈프림 콜렉션./사진제공=루이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