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칠맛은 1908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 교수가 찾아냈다. 육수의 원재료인 다시마와 같은 맛을 찾고자 연구한 결과물이 바로 글루탐산나트륨(Mono Sodium Glutamate·MSG)이다. 아미노산의 일종인 글루탐산에다 물에 잘 녹은 나트륨을 첨가한 것으로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추출한다. 이케다 교수는 이듬해 아지노모토(味の素·맛의 정수)라는 조미료를 만들어 감칠맛을 세계에 전파했다. 한국에서 1956년 지금의 대상그룹이 이런 제조비법을 알아내 만든 것이 미원이다.
MSG는 1980년대까지 미원이 조미료 시장을 평정하는 1등 공신이었지만 이후 오랫동안 몸에 해로운 ‘화학조미료’ 또는 ‘인공 식품첨가물’로 잘못 알려져왔다. 1970년대 미국에서 제기된 유해성 논란은 미 식품의약국(FDA)과 세계보건기구(WHO)가 무해 판정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다. 국내에서의 논란은 1993년 대기업 식품회사가 MSG를 쓰지 않은 ‘천연 양념’을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면서 불붙었다. 마치 화학물질에서 추출한 것 같은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진 것이다. 식품 당국이 “평생 먹어도 문제없다”고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MSG 범벅이라는 소문이라도 나면 식당은 손님이 뚝 끊기기도 했다.
MSG가 화학조미료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25년 만에 복권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MSG의 정식 표기를 ‘화학적 합성품’에서 ‘향미증진제’로 변경하는 고시를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MSG가 지닌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함이다. 앞서 2014년에는 ‘무MSG’라는 표기도 금지했지만 이른바 ‘먹방’의 등장은 불필요한 유해 논란을 확산시켰다. 그래도 과유불급이다. 조미료가 지닌 맛의 가성비가 아무리 뛰어난들 식재료의 원래 풍미만 할까. 입맛도 길들이기 나름이다. /권구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