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싱크탱크 제언] 기업이 신명나게 뛸 수 있게 돕자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직무대행 부원장
규제 개선 통해 생산성 높이고
부실기업 정리 과감하게 추진
'많고 좋은 일자리' 창출 꾀해야



어렵고 힘들었던 한 해가 지나갔다. 새해를 맞으면서 곳곳에서 2018년 우리 경제의 모습을 궁금해한다. 좀 나아질 것인지, 더 어려워질 것인지, 왜 그런지 등 많은 질문이 이어진다.


나라 경제의 모습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가계소비, 기업의 설비투자, 정부지출, 순수출 등 구성요소별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지난해부터 완만하게 개선된 가계소비는 2018년에도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가계부채, 최근의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는 소비를 마냥 낙관적으로만 바라보기 어렵게 한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기업의 설비투자는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반도체 관련 투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에서 설비 가동률이 낮아 기업이 선뜻 신규 투자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축소, 주택건설 경기 둔화 등으로 미뤄볼 때 투자 부진은 올해 경제 상황을 어둡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 것이다. 다행히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무역량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자국 이익 우선의 보호무역주의,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에서의 부진과 턱밑까지 다가온 중국의 경쟁력으로 미뤄 대외 경제 여건에 대해 안심하기는 이르다. 종합하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7년(3.1%)에 비해 약간 낮아질 것(2.9%)으로 예상된다.

미래는 불확실하므로 우리의 노력에 따라 실제 성장률이 전망보다 더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전망치 자체가 아니라 다가올 위험에 어떻게 준비하고 대처하는가다. 이 점에서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소비를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소비가 얼어붙지 않도록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을 제어하는 완화적 정책 기조를 당분간 유지하고 동시에 가계부채 총량(신DTI·DSR 등) 및 취약·한계 차주에 대한 관리로 부실화의 가능성을 낮출 필요가 있다. 시장경제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새로운 가능성에 투자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핵심적 주체는 기업이다. 다시 말해 기업 활동은 경제의 가늠자가 된다. 기업이 신명 나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진입제한과 영업규제를 개선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고 동시에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기업(2014~2016년 전 산업의 13%, 서비스업의 17%)을 정리하지 않고 정책금융으로 연명시키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떠밀려 했던 구조조정이 우리 경제에 남긴 상처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경제에 산적한 모든 문제의 근본은 일자리 창출의 어려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7년 제조업 생산의 증가에도 고용 상황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으며 청년실업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일자리로 나타나지 않은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과거에 ‘더 많은 일자리’가 통했다면 이제는 ‘많고 좋은 일자리(the more and better jobs)’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우리 경제 수준에 비춰 이제 더는 열악한 일자리를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 이상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첨예한 논쟁을 생산적 논의로 성숙시켜야 한다. 노동자는 기업이 사내인력을 최대한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기업은 생산성 향상으로 높은 노동비용을 상쇄하고 경쟁력을 확보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2000년대 글로벌 위기에서 독일의 양질 일자리와 낮은 실업률, 남부 유럽 국가들의 열악한 일자리와 높은 실업률 사례를 볼 때 많고 좋은 일자리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덧붙여 정부는 든든하고 촘촘한 노동시장 안전망 확충으로 노동자와 기업의 노력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더욱 밝아질 미래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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