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의 ‘2017 KBS 연기대상’ 시상식 수상소감을 두고. 김성준 SBS앵커는 개인적인 평을 남겼다. 그것도 “이번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2년 전 유아인의 느끼하면서 소름 돋는 수상소감은 없었네. 정려원한테 기대를 걸었는데 생각보다 아니었다”며 비교하는 식의 예민한 멘트를 남겼다.
이에 유아인은 “시상식 무대는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타인에게 진심을 전하는 소중한 무대입니다. 연극 무대가 아니란 말입니다. ”고 답했다. 또한 “어쩌면 다들 재미없고 형식적인 연극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답안지에 정답을 쓰듯이. 답안지를 채점하듯이. ‘김성준’님. 당신의 소명을 스스로 잘 성찰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고 되물었다.
유아인, 김성준 /사진=서울경제스타 DB
김성준↔유아인 논쟁은 어디서부터 초점이 잘못 된 것일까. ‘개념 수상소감’에 대한 이해가 달라도 너무 달랐던 것일까. 좋아하는 배우의 언행에 대해 호감을 표시했다가 역으로 비난을 받은 셈일까. 그도 아니면 ‘소통’의 방식을 몰랐던 이의 시행착오일까. ‘마녀의 법정’ 정려원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2017 KBS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시상식 무대에 올라 “2017년 분에 넘치게 행복했다.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마녀의 법정’이 성범죄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뤘다. 감기처럼 사회에 만연했지만 잘 드러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이 드라마를 통해 성범죄자들이 처벌 받고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길 원했다. 저희 드라마로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마녀의 법정’ 식구들 모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에 정려원씨의 팬이라고 밝힌 김성준 앵커는 “정려원씨의 자연스러우면서 독특한 연기 스타일로 미뤄 수상소감도 남다를 거라고 기대했었다.”고 밝혔다. 또한 “성폭행 피해자들을 보듬는 수상소감은 인상적이었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칭찬을 받는 걸 보고 마음 속으로 박수도 보냈다.”고 전했다.
논란이 벌어지자 김 앵커는 사과문을 게재했다. “정려원씨와 팬들께 사과드린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아쉬움을 계속적으로 언급한 김 앵커는 “다만 이왕 그렇게 할거면 군더더기 인사말 빼고 좀 더 완성된 입장을 내놨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연기자라면 감독, 동료배우, 소속사 사장, 스텝, 친지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울먹이는 것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김성준 앵커가 원하는 좀 더 완성된 수상소감은 어떤 것이었을까. 2년 전 S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유아인의 수상소감을 되짚어보면, 당시 그는 “최우수 연기상인데, 최우수한 연기를 펼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잘해서 주신 건 아닌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상패 안에 참 많은 스토리가 있다. 많은 생각들이 오가고, 많은 야심이 뭉쳐 있고, 힘겨루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게 경쟁하면서도 그들은 모두 열심히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좋은 배우”임을 지적했다. “우리의 일은 카메라가 돌고 있을 때 가장 순수하게, 유연하게 연기하는 것이다, 영악하고 여우 같아지고 괴물 같아지는 순간이 많지만 좋은 배우가 뭔지 더 좋은 수준 높은 연기가 뭔지 끊임없이 다그치고 또 다그치고 다그치면서 묵묵히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당시 유아인의 수상소감은 여러 측면에서 화제가 됐다. 우리가 늘 봐왔던 수상소감과는 달랐기에 화제가 됐고, 또 달랐기에 혹평을 보내는 이도 있었다. 이를 놓고 다시 한번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2년 전 유아인의 수상소감을 기억하는 1인 중 한명인 김성준 앵커는 “이번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2년 전 유아인의 느끼하면서 소름 돋는 수상소감은 없었네. ”란 다소 비꼬는 듯한 평을 남겼다.
김 앵커는 사과문에서 다시 한번 평을 남기기도 했다. “유아인씨의 2년전 수상 소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게 준비된 연기였다는 뜻이 아닙니다. 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제 눈과 귀에 들어 온 건 톱 클래스 연기자다운 수상소감이었습니다. 연기였으면 훌륭했고 즉흥적인 멘트였다면 놀라운 감수성입니다.”고.
공개적으로 남긴 평을 듣는 당사자 역시 유쾌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유아인은 위트 있게 김성준 앵커의 평에 화답했다. “유아인의 느끼하면서도 소름 돋는 수상소감”. 하하하. 2년 전 SBS에서 제가 했던 수상소감을 보고 느끼하셨다면 그것이 어떤 느낌이었는지, 소름이 돋았다면 어째서 소름이 돋았는지 잘 생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느낌이고 당신의 소름입니다.“
그렇기에 유아인이 던진 질문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
“‘시상식 방송’은 큐시트와 대본을 가지고 진행되죠. 하지만 수상소감은 연극이 아닙니다. 시청자와 창작자가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소중한 순간입니다. 극이라면 즉흥극이겠죠. 우리는 도대체 그 일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참여해야 할까요.”
이번 김성준↔유아인 논쟁은 좋아하는 배우이기에 더욱 잣대가 엄격했던 ‘개념 수상소감’을 놓고 벌어진 깜짝 해프닝이라고 보기엔, 많은 생각을 안긴 ‘소름 돋는 논란’으로 기억 될 듯 하다.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