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를 놓으려고 해도 입주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니 세입자를 찾지 못해 속을 태우는 사람이 많습니다. 차라리 분양가보다 1,000만원 낮은 가격에 집을 처분한 것을 다행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동탄2신도시 S공인중개사 대표 P씨)
4일 기자가 만난 동탄2신도시 공인중개사 관계자들은 동탄이 입주 물량 폭탄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당분간 집값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분양가보다 500만~1,000만원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이너스피)’ 급매물이 속출하는 것은 물론 세입자를 구하지 못한 집주인들도 많아 역전세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탄신도시를 포함한 평택·용인 등 수도권 도시들에서 입주 물량 폭탄에 따른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만 2만2,400여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는 동탄2신도시에서는 분양가보다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낮은 매물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e편한세상동탄’의 경우 분양가보다 200만~1,000만원가량 싼값에 매물이 나오고 있으며 입주 시점이 9개월이나 남은 ‘사랑으로 부영A70블록’의 경우도 200만~800만원 정도 마이너스피가 붙은 일부 매물이 시장에 풀리고 있다.
올해 8,900가구에 이어 내년 1만5,800여가구가 입주하는 평택은 사정이 더 심각하다. 이달 입주를 시작하는 ‘평택힐스테이트’의 경우 전용 84㎡에서 마이너스피가 최고 3,100만원까지 붙은 매물이 나와 있다. 이 아파트의 전용 84㎡ 분양가가 3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0% 정도 손해를 보고 매물을 내놓은 셈이다. ‘평택힐스테이트2차’는 3,300만원까지 마이너스피가 붙은 매물이 나왔으며 최근 분양가보다 3,200만원 손해를 보고 매도한 계약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e편한세상용인한숲시티(5블록)’에서도 분양권 소지자들이 분양가보다 1,000만~1,500만원 가격을 낮춘 매물을 내놓고 있다.
동탄 K공인 관계자는 “분양권 시세가 앞으로도 회복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헐값 매각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며 “매수 의향자들은 분양권 가격이 더 내릴 것으로 보고 기다리고 있어 거래가 잘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물량 폭탄으로 전셋값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역전세난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은 더 심각한 문제다. 평택 L공인중개사에 따르면 평택 소사벌지구 새 아파트 34평 기준 전셋값은 현재 1억5,000만원 정도로 최고가격 2억5,000만원 대비 1억원 정도 빠졌다. 용인 성복동 ‘성복자이 1차’ 전용 84㎡의 전셋값도 4억5,000만~4억6,000만원 수준으로 3개월 대비 1,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전셋값이 떨어진 탓에 세입자를 들인다 해도 기존 보증금을 내주려면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동탄2신도시 내 아파트를 매입한 A씨는 “다음달 전세기간 만료를 앞두고 기존 세입자 대신 새 세입자를 찾고 있는데 세입자를 찾아도 걱정”이라며 “계약 만료는 다가오는데 전세보증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생각하면 잠도 안 온다”고 걱정했다. 동탄2신도시 P 대표는 “동탄 내 새 아파트를 사서 전세를 주려다가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살던 아파트를 팔고 새 아파트에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동탄·평택·용인 등 주요 도시에 대거 입주 물량이 몰려 있다며 역전세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동탄·평택·용인 등 세 곳에서만 올해 입주 물량이 4만6,000가구에 달하며 내년에도 4만가구에 이른다”며 “전세 가격이 하락 압력을 받아 역전세난 우려가 계속되는 것은 물론 매매 시장 침체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택시장 호황기에 건설사들이 밀어내기 식으로 분양할 때 동탄·평택 등 수도권에 집을 산 사람들은 집도 못 팔고 전세도 못 구하는 어려운 상황에 당분간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