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성지' 유통가, 직무역량 뽐내야 '합격'

■ '최고 직장' 떠오른 유통가 취업 팁

CJ그룹이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도입한 ‘직무토크쇼 #알쓸신잡’의 한 장면. /사진제공=CJ그룹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Work and life balance)’ 일명 ‘워라밸’이 취업 시장의 트렌드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임금이나 근무 환경, 기업의 성장성 등이 취업준비생들의 관심사였다면 최근 들어서는 개인의 삶을 즐길 수 있도록 적절한 휴식을 제공하는 직장이 최고의 직장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곳이 바로 유통업계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올 들어 근무 시간 단축 등 타 업계가 선뜻 도전하지 못했던 ‘통큰 워라밸 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업무 환경의 변화는 채용 시장에도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워라밸이 일하는 시간에는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개인 시간에는 개인의 삶을 즐기는 개념인 만큼, 업무를 능숙하게 해 낼 수 있는 직무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배점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근로시간 줄이면서 전문성 강조

제너럴보다 ‘스페셜리스트’ 선호

◇ 워라밸 성지로 떠오른 유통가
=최근 유통업계가 워라밸 성지로 떠올랐다. 최근 워라밸로 이슈 몰이를 하고 있는 곳이 바로 신세계(004170)다. 신세계는 대기업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1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면 퇴근이다.

롯데그룹 역시 본사 전팀 자율좌석제 도입, 사무실 강제 소등으로 워라밸 문화 정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마트는 2016년부터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근제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매주 수·금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오후 6시30분 사무실을 강제 소등하던 것을 매일 강제 소등으로 확대 시행한다.


현대백화점그룹과 GS리테일도 ‘2시간 단위 휴가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하루 근무시간 8시간 중 2시간 연차를 네 번 쓰면 1일이 소진되는 방식이다.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001040)올리브네트웍스는 최근 ‘워라밸 위드 올리브영’이라는 캠페인을 벌여 정시퇴근을 독려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에는 ‘퇴근독려 카드’까지 지급한다.

롯데百, 지난해부터 직무별 채용

CJ도 직무 수 180여개로 세분화

지원분야 관련 경험·지식 쌓아야

◇유통가, 채용 시 전문성 더 강화 =
눈길을 끄는 것은 워라밸이 유통가에 확산 되면서 업체들의 채용 풍속도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인재 채용 시 직무 능력이나 전문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추세다.

한 예로 롯데백화점은 과거 일괄 채용 후 업무 부서를 정해주던 형태에서 벗어나 지난해 말 진행한 하반기 공채에서 처음으로 직무별 채용을 도입했다. 상품기획(MD)이나 인공지능(AI) 등 구직자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서류를 내는 방식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과거에는 다양한 업무를 두루 잘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했다면 요새는 한 직무에 뛰어난 능력을 지닌 ‘스페셜리스트’를 선호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14년부터 직무역량 검증을 위해 블라인드 면접 방식인 드림스테이지를 도입한 신세계그룹 역시 직무 관련 경험을 매우 중시한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다양한 스펙을 열거하는 것 보다 지원한 직무에 연관된 경험이나 지식을 갖고 있는 지원자를 찾는다”고 말했다.

직무별 채용 제도가 잘 갖춰져 있기로 유명한 CJ그룹도 해를 거듭해 직무를 세분화하는 추세다.

CJ그룹에 따르면 채용 직무 수는 2016년 하반기 150여 개에서 지난해 하반기 180여 개로 증가했다. CJ그룹 측은 “스펙보다 직무적합도를 중시하며 자기소개서를 통해 지원 계열사 및 직무와 관련된 역량을 드러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이색적이고 매력적인 경험이라고 해도 지원한 직무와 연관성을 갖지 못한다면 과감히 포기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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