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된 '발행어음 인가'...발 빼는 증권사들

금융당국 결론 차일피일 미루고
"수익성 기대만 못해"인식 확산
KB증권, 인가 신청 자진 철회
NH투자證 인가안 10일 단독상정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를 따내려던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의지가 식어가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런저런 이유로 결론을 차일피일 미뤄 ‘마냥 기다려봐야 득 될 것 없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발행어음의 수익성이 기대만 못하다는 인식까지 퍼지며 다른 길을 찾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 인가를 따내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목매지도 않는 일종의 ‘계륵’ 같은 상황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일 새해 첫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의 1년 만기 상품은 1.35%다. 높은 수익률을 기반으로 이틀 만에 5,000억원이 팔리는 등 고객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발행사 입장에서 부담이 크다는 지적은 계속 나오고 있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대출, 회사채 인수, 지분투자 등 기업금융에 투자해야 한다. 부동산금융의 비중은 30% 이하다. 높은 발행금리를 맞추기 위해서는 A급 회사채보다 낮은 등급의 회사채 투자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모험자본의 활용이라는 발행어음 본래 취지에 맞추기 위해 역마진 리스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사가 발행어음을 운용·관리하기 위해 종합금융운용부와 종합금융관리부의 운용역과 인력, 시스템 비용 등을 고려하면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100~150bp로 추정되는 순이자마진(NIM) 역시 금리 인상으로 크게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형 증권사 고위관계자는 “발행어음의 높은 문턱과 운용의 어려움에 대형 증권사들이 늘어난 자본금을 이용한 다른 사업 출구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시진·조양준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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