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5일 낮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 초청 신년 오찬에서 어르신들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 주로 유화 제스처를 취해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강경발언을 한다면 문 대통령은 대화를 강조해 한미가 나름 역할분담을 하며 균형 있는 대북 접근을 해왔다고 청와대는 자평하기도 했다. 그런 문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날짜가 정해진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강경한 발언을 내놓았다. 협상에서의 우위 선점과 미국과의 온도차 해소, 국내 보수층 끌어안기 등의 포석으로 풀이된다. 5일 문 대통령은 대한노인회와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겠다”며 “강력한 국방력을 기반으로 대화를 추진하고 평화도 추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북한에 저자세로 나갈 경우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고 평창 참가 자체가 엎어질 수도 있으므로 강경한 입장을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 백악관은 4일 한미정상 통화 발표문에서 “양 정상이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는 데 동의했다”며 우리 발표문에는 없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한미 간 온도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속도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또 보수층을 끌어들이려는 의도도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 대통령은 “북한 문제가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내부 의견의 분열”이라며 “어르신들께서 새 정부의 대북 정책을 믿고 지지해주고 국론을 하나로 모아주면 잘해나갈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는 9일 판문점에서 열릴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는 북한 대표단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부터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평창에 참가하는 게 최우선이며 나머지 부분에 대한 대화 여지는 열려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진행될지 판단하기 이르다”며 “올림픽 참가를 매듭지어야 남북관계 개선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의제 전선을 섣불리 넓혔다가 평창 참가도 엎어질 수 있으므로 일단 평창 참가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북한 측 대표단 구성, 남한 방문 이동수단과 절차, 비용, 공동선수단 구성, 선수단의 안전 보장 등이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할 수 있으면 이전에 우리가 제안한 부분에 국한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 참가에 대해 협의할 게 많을 것이며 이게 잘 진행돼야 나머지도 논의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전에 우리가 제안한 것은 이산가족 상봉, 남북 군사 당국자 간 회담 등이다.
평창올림픽 기간 중 중단하기로 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4월 중순 이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군 당국이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6자회담 당사국 간의 접촉도 잦아지고 있다. 한일은 8일 서울에서 국장급 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5일에는 서울에서 한중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이 열렸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4일 서울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만나기도 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