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카운트다운’ 들어간 보유세 인상, 개편 방향은?

3주택자 이상 타깃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 유력
보유세 올리는만큼 취득세는 인하할 방침
집값 양극화 심화, 임차료 인상 역효과 등은 리스크

정부가 아껴뒀던 카드인 ‘보유세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제도가 바뀔지 관심이 높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체적인 개편 방안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보유세 개편은 재정특별개혁위원회라는 사회적 논의 기구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는데 특위는 아직 구성조차 안됐기 때문입니다.

다만 보유세 관련 정부의 입장을 미뤄 예측은 해볼 수 있습니다. 특위는 일종의 자문 기구이고 제도 개편 방향은 결국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정부 그리고 여당은 기본적으로 정책 타깃을 3주택자 이상으로 잡고 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투기 목적으로 여러 채의 집을 거느리면서 집값을 높이고 무주택자의 고통을 키우는 현상을 바로잡고자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목표대로면 1-2주택자는 애매하고 3주택자 이상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초(超)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상 방법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보유세 공제 조정이 유력합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매기는데 여기서 일정 금액을 공제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이란 것을 곱해 세 부담을 덜어주고 있습니다. 공제 금액은 1주택은 9억원, 2주택 이상은 6억원,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재산세의 경우 60%, 종부세는 80%입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면 세율을 안 건드리고도 세금 부담을 높이는 효과가 납니다. 여기에 공제 금액을 3주택 이상에 대해선 지금보다 줄이면 초다주택자 타깃형으로 제도를 설계할 수 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조정이 제일 조세 조항이 적으면서 무난한 방법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세율 인상 등 본격적인 보유세 인상도 배제되는 건 아닙니다. 정부는 3주택, 4주택, 5주택 등 주택 수가 많을수록 누진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방법도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이렇게 하면 세 부담이 크게 올라 조세 저항도 덩달아 커질 수 있습니다.

보유세를 올린다면 그만큼 거래세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보유세를 올리면 그만큼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여러모로 합리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보유세가 불러올 거래 위축에 대한 완충 장치로서도 필요하고, 우리 세제를 글로벌 스탠스에 맞추기 위한 차원에서도 필요하다는 겁니다.


우리나라의 2016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91%에 못 미칩니다. 하지만 주택 취득세율은 1.1~3.5%로 미국 1%, 캐나다 1.3%, 영국 2% 등과 비교해 높은 편입니다.

정부·여당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 무엇보다 국민들의 지지가 높다는 점에서 이번에야말로 보유세 개편이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높지만 불안 요소도 있습니다. 다주택자의 저항은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악화시키거나 의도치 않게 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우선 집값 양극화 문제가 있습니다. 지난해 세종시와 서울은 정부의 각종 규제에도 주택 매매가격이 4.3%, 3.6% 상승했지만 경남(-1.6%), 울산(-1.1%) 등 지방은 되레 떨어졌습니다. 보유세 인상은 이런 추세를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서울·수도권 등 주요 지역은 보유세 인상으로 집을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늘어도 수요가 많기 때문에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반면 지방은 똑같이 공급이 늘어도 수요가 적기 때문에 집값 하락 속도가 커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집값 양극화는 정부 역시 우려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 그래도 집값 양극화 현상이 강해지고 있어 면밀히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데 보유세가 오르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보유세 개편 때는 이런 점을 감안해 제도를 신중히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보유세를 높이면 다주택자 매물이 증가하고 이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서민의 내집 마련 기회 증가 등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주택자가 장기적으로 집값이 오른다는 계산으로 ‘버티기’에 들어가면 구상은 흐트러집니다. 세금이 오른 만큼 다주택자는 임차료를 높이는 방법으로 비용을 전가해 결국 애꿎은 서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의 주요 타깃은 강남이라고 얘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강남 집값을 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지난해 8·2부동산대책 발표 직후 “강남권을 포함해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앙등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며 “이 정부가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강남 집값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6일~올해 1월1일 서울 강남 4구의 아파트 매매가는 0.69% 올랐습니다. 2012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죠.

이런 현상에는 최근 정부 정책이 일조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특히 교육 정책이 그렇습니다. 자립형사립고와 외국어고 등의 학생 우선선발권이 폐지되면서 교육여건이 좋은 강남의 매력이 배가됐다는 얘기입니다. 서울에서 중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는 최모(45)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의 자사고가 폐지되면서 강남으로 이사할까 고민 중”이라며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겠다면서 교육이 주거지역을 결정하는 데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는 간과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이런 점 때문에 보유세 인상에도 강남 집값이 안 잡히면 정부가 헛물만 켰다는 비판이 거세질 것입니다.

취득세 등 거래세 인하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취득세는 대표적인 지방정부 세원이어서 인하하면 지방이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박사는 “취득세를 1%만 낮춰도 지방 재원에는 엄청난 타격”이라며 “지방 정부로선 재산세를 많이 올리지 않는 이상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보유세는 오르는데 취득세는 그대로라면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위축돼 가격이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보유세 개편은 이르면 이달말 특위 구성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 올 여름쯤 결론이 나올 전망입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