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은 애플이 잘못을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원가 10달러(약 1만원)에도 못 미치는 배터리를 3만4,000원에 교체해주는 등 여전히 이익을 남기려는 데 분노하고 있습니다. 또 서비스 개시 시점도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등 ‘성의 없는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같은 답변입니다. 이번 논란의 핵심이 ‘소비자보호’에 있다는 점에서 과기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고 하는데요. 해당 부서인 통신정책국 이 전기통신사업법이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을 담당하기 때문에 애플코리아 등 제조사를 상대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과기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번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당시에는 공식적으로 제품안전기본법에 따라 리콜이 결정된 사안이라 이번 건과 성격이 다르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과기부 차원에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게 사실상 없다”고 전했습니다.
‘소비자보호’에 포커스를 맞춘다면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으로 공이 넘어갑니다. 취재 과정에서도 일부 정부부처 관계자들 역시 공정위가 해결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많이 풍겼는데요. 공정위와 소비자원도 아직까지는 “한국 법에 저촉되는 사항을 찾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소비자 분쟁을 행정적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며 “특히 이번 사안이 공정거래법상 시장 거래질서를 어기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등의 위반 행위를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민사 소송을 통한 방법이 우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소비자원도 애플의 불법 행위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다 집단분쟁 조정을 발동하기 위한 50명 이상의 민원이 접수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중요한 건 애플의 태도 변화입니다. 정부와 국회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만큼 법적 테두리 내에서 취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강구해야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애플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죠. 아무리 애플이라도 소비자들을 무시하는 이러한 태도를 보인 탓에 외면을 받은 기업들이 상당하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최근 바클레이즈증권이 애플의 ‘배터리 게이트’와 관련해 올해 약 10조원대의 매출 손실을 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애플의 소비자 정책에 참고가 됐으면 합니다.
/강광우·권용민기자 press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