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정 NCCK 총무 ""평창이 남북변화의 기회...종교인 교류도 활성화해야""

동북아 3국 순례 행사 등 개최
평화통일 중재자의 길 열어갈 것
대형교회 사유화 패러다임 안돼
지역사회와 공동 성장 모색 필요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언급한 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와 함께 냉랭했던 남북관계에 긴장 완화의 기운이 생겨나면서 종교계에의 남북 해빙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진보 성향의 기독교 단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이홍정 목사(61·사진) 또한 신년인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이 땅에 평화에 대한 희망이 싹트고 평화를 사랑하는 세계 시민들의 연대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 NCCK를 이끄는 임기 4년의 총무에 취임했을 때도 이 목사는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관계에 변화가 찾아올 수밖에 없고, 평화통일을 위해 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신문과 새해를 맞아 나눈 대담에서 이 목사는 “이원론적 냉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진정한 민주주의의 성숙은 없다”고 말했다.

NCCK 총무로서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 ‘한국교회의 일치, 갱신과 변혁’을 자신이 져야 할 두 가지 십자가로 꼽는 이 목사는 서울대 사범대학 졸업 후 학생군사교육단 장교 후보생(ROTC)로 광주 상무대에서 훈련을 받던 도중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으며 선생님 보다는 목회자의 길을 걷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게 됐다고 했다. 진압작전 투입 직전 ‘총을 버리고 시민과 군 사이에 서라, 하나님은 그 사이에 계신다’는 내면의 목소리가 그 계기였다고. 그 이후 목회자로서 30년간 화해·정의·평화를 외친 그에게 한국교회와 한국사회의 길을 물었다.

-평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해야 할 일이 있다면.

△한국교회는 분단 이후 남북한 정부수립, 전쟁을 거치며 친자본주의, 반공주의, 기독교 우월주의로 성장했다. 이제 평화의 복음으로 이분법적 프레임을 넘어야 한다. 평화를 사회화하고, 세계교회와 협력해 평화중재자 역할에 앞장서야 한다.

-중재자로서 역할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 있나.

△동북아시아 평화시민연대를 조직하고 있다. 정의평화를 위한 동북아 3국 순례도 진행할 것이다. 한국교회의 평화통일에 관한 88선언 30주년을 맞는 올해는 새로운 선언문을 발표하고 국제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3·1운동 100주년인 내년에는 3·1운동에 담긴 평화사상을 성찰하는 동아시아평화선언문을 발표할 것이다. 남북종교인들의 교류도 활성화할 것이다.

-평화통일을 강조하기에 대외 정세는 굉장히 불안하다.

△‘조건없는 대화’를 제시한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에 주목했다. 북한이 적어도 올림픽이 끝나기 전에는 쉽게 도발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홍정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이호재기자.
-낙태죄 폐지 논란이 뜨겁다.


△신학위원회와 생명윤리위원회, 여성위원회가 중심이 돼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당연히 생명윤리와 여성주의 사이의 긴장관계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생명중심의 세계관이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가 생명을 보듬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성소수자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하나님이 동성애자를 만났다고 하나님의 품에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교회에는 혐오와 배제의 틀이 없다. 차별금지법은 필요하다. 교회 내부에도 보수·진보의 이분법적 프레임이 존재한다. 그 기준이 예전에는 ‘종북좌파’였다면 요즘은 ‘성소수자’로 바뀐 듯하다. 안타깝다.

-명성교회를 비롯해 대형교회의 세습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교회는 ‘예수 믿으면 복이 온다’는 값싼 은총에 탐닉하고 있다. 대형교회의 성장주의가 독점과 사유화라는 세속적인 삶의 양식으로 변형돼 내면화됐다. 공교회의식은 사라졌다. 이제 독점과 사유화의 패러다임은 맞지 않다. 작은 교회들 사이의 상호의존성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공동 성장을 모색할 것이다.

-촛불혁명 1년이 지났다.

△그동안 국가권력에 의해 대상화돼있던 국민들이 촛불혁명을 통해 자기주체화를 이뤘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한’의 역사다. 세월호를 포함해 위안부, 4·3사건, 노근리 학살사건 등 수많은 민중이 식민지·냉전국가폭력으로 살해됐다. 이들의 한이 의식화되며 시민혁명을 이끌었다. 이제 국민주권의 공적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최대 과제는 평화통일이다. 이원론적 냉전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진정한 민주주의의 성숙은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종교의 역할은 무엇인가.

△현대문명의 발전은 인간소외라는 문제를 불러왔다. 점점 영적 요구가 늘어날 것이다. 이를 위해 계몽 이전의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독교의 공동체성으로 더욱 깊어질 인간소외 문제에 답해야 한다.

-새해를 맞이해 독자들께

△사랑하는 힘을 가진 국민, 국민주권시대에 걸맞은 사회적 가치관을 지니고 생활하는 국민, 분단과 냉전의 질곡에서 벗어나 치유와 화해, 평화통일의 길을 선도하는 평화국민으로 함께 성숙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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