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명분도 실익도 없다

정부가 금융감독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취업비리와 방만경영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있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감독권을 지닌 기재부는 기존 기관의 재조정과 신규 지정 등 전면적인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반관반민의 어정쩡한 금감원 지위에 대해 그동안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금융회사에 준하는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금융권에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지만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를 받지 않는다.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난 직원의 불법 주식투자와 채용비리는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지정은 명분이 부족할뿐더러 실익도 크지 않다. 무엇보다 금융감독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공공기관은 예산부터 인사·업무에 이르기까지 정부로부터 전방위 통제를 받는다. 경영평가 결과에 따라 임직원 보수도 달라진다. 이렇게 되면 금융감독의 초점이 시류에 편승할 공산이 크다. 공공기관이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속성 때문에 감독정책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춤을 출 수 있다는 얘기다. 관치금융 논란 역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감독정책 혼선을 우려하는 모양이다. 가뜩이나 금융위와 금감원이 종종 딴소리를 내는 마당인데 기재부까지 시어머니로 나선다면 시장으로서는 3중고가 아닐 수 없다.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에 효과가 큰 것도 아니다. 이번에 공공기관 지정 문제가 불거진 결정적 배경인 채용비리는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버젓이 자행됐다.

공공기관 지정은 예산과 보수를 통제해 방만 경영을 줄일지언정 부패와 비리까지 적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공적 기구에 걸맞은 외부 감시를 받아야 마땅하지만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은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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