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표단 확정도 속전속결] '차분한 관료' VS '괄괄한 군인' 마주 앉는다

예전과 달리 대화 조건 등 없어
본회담서도 분위기 고조 전망
"대북 경계심 완화 위험" 지적도

2년 만에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의 대표단 구성이 완료된 7일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를 차량이 오가고 있다. 우리 측에서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북측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수석대표로 상호 통보했다. /파주=송은석기자


남북 관계가 새해 들어 불과 1주일 만에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 확정으로까지 이어지는 등 대화 국면을 향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연말까지만 해도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실험 발사와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로 악화일로였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급변했다. 무엇보다 북한이 2년여 만에 재개되는 남북 회담 준비 과정에서 과거와 달리 협상 전 선제 조건이나 수정 제안 등을 걸지 않고 있어 본회담 역시 속전속결로 진행될지 모른다는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나온다.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명분으로 먼저 적극적으로 대화 카드를 들고 나온데다 한국과 미국이 올림픽 기간에 연합 군사훈련 중단까지 결정하는 등 대화 여건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비핵화’라는 최고 난제가 협상 과정에서 갈등 소재로 불거질 경우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우려로 급반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9일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고위급 당국 회담의 북측 대표단 5인의 명단을 7일 오후 남측에 통보했다. 예상대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단장인 수석 대표를 맡아 우리 측 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마주 앉는다. 이미 지난 5일 북한이 우리 측에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제안에 동의하는 전통문을 보내면서 수신자로 조 장관을, 발신자로 리 위원장을 명시한 바 있어 이들이 협상 대표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남북이 균형을 맞췄다”며 “앞으로 일정과 관련된 세부사항들을 판문점 채널을 통해 계속 협의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 회담장까지 가는 데 있어 속도를 줄이지 않기 위해 북한 역시 적시에 정확한 대응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과거 협상장에 직접 마주한 적은 없지만 둘 다 남북 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조 장관은 통일부 정통 관료 출신으로 교류협력국장, 경수로기획단장 정책조정부장, 개성공단 사업지원부장, 대통령비서실 통일외교안보정책 비서관 등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대북 업무 실무를 두루 담당했다. 차분하고 조용한 편이지만 전문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는 스타일이다. 리 위원장은 2004년부터 남북 군사실무회담과 군사당국자회담 등에서 북측 대표 역할을 맡아왔다. 군 출신 특유의 괄괄한 성격에 속도감을 중시하는 편이라는 인물 분석이 많다. 성향이 다른 두 사람이 만나는 만큼 협상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관측은 쉽지 않은 편이다. 단 새해 들어 남북 분위기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간접대화 방식으로 흘러가고 있는 만큼 이번 당국자 회담 역시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기는 했지만 북한이 핵 무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보유 핵·미사일의 수준이 과거와는 다른 만큼 대화 과정에서도 긴장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정은은 지난해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올해 신년사에서 핵탄두와 중장거리 미사일의 실전배치 가속화 지시를 내리면서 동시에 대남 평화 공세에 나서고 있다”며 “북한이 내민 손을 뿌리칠 필요는 없지만 북한의 평화 공세에 안심하고 대북 경계심을 완화하는 것은 위험한 태도”라고 말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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