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오른쪽)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지난 12월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정당 원외 지역위원장들의 초청으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참석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 추진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양당 모두 신당의 제1 가치로 ‘개혁’을 꼽고 있어 두 대표의 의기투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안 대표는 ‘중도개혁’을, 유 대표는 ‘개혁보수’를 강조해 개혁에 있어서는 뜻을 같이한다.
다만 두 대표 모두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정치력을 키워 온 특유의 정치 이력 탓에 화합의 정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친문·친박과 대립해 큰 安·劉=안 대표와 유 대표의 정치 이력에는 공통점이 있다. 당내 최대 계파와 대립했고 그 과정에서 주류에 반발해 당을 뛰쳐나와 신당을 창당했다.
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주역이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였을 때 매번 날을 세웠다. 이 때문에 안 대표는 비문(비문재인)계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며 당내 영향력을 키워 갔다. 문 대통령이 당시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 개혁 작업을 자신의 재신임과 연계하자 이에 반발해 탈당을 감행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유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시절 원내대표를 맡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늘 대립했다. 국회 상임위원회가 정부 시행령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국회법 개정안 처리 문제로 박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결별을 선언했다. 이때부터 유 대표는 김무성 의원과 비박계 대표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이전까지 대중에게 존재감이 크지 않던 유 대표는 이후 20대 총선을 거치며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주류 된 뒤에도 이어진 마이너스 정치=두 대표는 탈당 이후 각 당의 주류 입지를 확고히 해 나갔지만 그 과정에서 ‘불통 정치인’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안 대표는 대척점에 있는 호남계와 충분한 의견 교환 없이 통합 작업을 밀어붙였다는 지적을 받는다. 큰 틀에서 통합에 찬성하는 중립파 의원들 사이에서도 안 대표의 일방적인 통합 작업은 잘못됐다며 고개를 젓는다. 호남계 한 의원은 “처음에는 통합에 찬성했지만 안 대표의 방식을 보고 통합을 반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한국당 복당파들이 탈당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고집이 세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 11월 김무성 등 의원 9명이 집단탈당 할 때 이들은 유 대표의 설득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집단탈당 전 마지막 의원총회 때 유 대표가 먼저 결별하자고 선을 그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에서는 국민의당과 통합 절차가 진행되는 최근에도 탈당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탈당을 결심했고 김세연·이학재 의원의 탈당 가능성도 높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탈당을 고민 중이다. 앞서 최근 바른정당 소속 제주도의원 7명은 한국당에 복당, 제주도당 와해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신당 창당 코앞인데 엇박자는 계속=두 대표가 험로를 뚫고 신당에서 찰떡 공조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두 대표는 신당열차가 궤도에 오르기 전부터 미묘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은 신당의 초대 당 대표를 누가 맡을지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애초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신당의 첫 당 대표로 거론됐으나 바른정당 일부에서 반발했다. 유 대표의 최측근인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상임고문에게 역할을 주문한 하태경 최고위원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지 의원은 이튿날인 지난 4일 유승민·안철수 동반 백의종군 주장을 반박하며 두 사람 중 한 명이 신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두 대표가 당 대표를 맡을 가능성은 낮다”며 엇박자를 냈다.
두 대표는 또 최근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 모드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안 대표는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고 남북관계의 개선의 첫 걸음이 되길 바란다”고 화답했지만 유 대표는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카드로 사용해 한미동맹을 분열시키고 이간질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류호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