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직무대행
세계 경제는 지난 2017년에 이어 2018년에도 경기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며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선진국의 경기회복으로 인해 신흥국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세계 경제의 견인차인 미국 경제는 고용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비농업 분야 일자리는 20만개 이상 창출되고 있고 실업률은 이미 4.1%까지 떨어졌다. 거의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렀다. 고용시장이 안정되고 기업이익이 증가하면서 소비와 투자가 늘었고 달러화 약세로 수출도 호조를 보였다. S&P500지수는 2009년 이후 거의 200% 가까이 상승하면서 일부에서는 과열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호조세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감세안이 시행되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과 일본의 경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은 물가 상승 및 실질임금 상승이 현재까지는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일본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고용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임금 상승은 미약한 상황에 있다. 유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물가 상승세도 아직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어 본격적인 디플레이션 탈피에는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Brexit) 협상의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 경제는 과잉설비의 감축, 과도한 기업부채의 관리, 부동산시장의 과열 억제 등 중요한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인도 경제는 화폐 개혁과 소비세 개혁에 따른 부작용을 극복하고 높은 성장률 달성이 전망되며 브라질과 러시아 경제도 일부 취약한 부분이 있지만 대체로 성장세 회복이 예상된다. 이처럼 거대 신흥국 경제가 그동안의 부진을 극복하고 회복 기조로 돌아서면서 세계 경제 성장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경기회복 기조하에서 미국 달러화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기조에 따라 소폭의 강세가 예상된다. 미국 경제의 호조세를 감안하면 2018년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예상되며 미국과 여타 지역과의 금리 격차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유럽 및 일본에서도 통화정책 정상화가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주요국의 국채금리도 완만한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신흥국 자본유입은 2018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갑작스러운 자본유입 중단에 따른 위기 확산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세계 경제는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융변동성 증가 △신흥국 금융시스템 불안정성 증가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하방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하방 리스크는 경기순환적 리스크가 아니라 정책적·구조적 리스크이기 때문에 보다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는 완만할 것으로 예상돼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이나 정책 운용상의 실수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주요 변수의 변동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과도한 부채 문제, 인도 등 일부 신흥국의 은행권 부실채권 증가 등 문제는 신흥국의 금융시스템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이들 국가들은 이에 대한 사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미국 등 자국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주의정책으로 국제 무역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은 그러한 사례의 하나다. 북핵 문제에 기인한 북미 간 긴장 고조, 중동 리스크 고조 등 지정학적 리스크도 유의가 필요하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경제를 둘러싼 2018년 대외경제 여건은 대체적으로 양호하다. 그러나 일부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협요인에 대한 관리는 매우 필요하다. 한미 FTA 개정협상 대응, 미국 금리 상승에 따른 우리나라 시장금리 상승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