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들이 밀집한 서울 종로구 익선동 일대가 14년 만에 재개발지역에서 해제된다.
7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4일 ‘익선 지구단위계획구역 및 계획 결정(안)’을 공개하고 주민·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의견 청취 기간이 끝나고 이르면 2월께 안건이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하면 익선동 일대는 재개발지역에서 해제되는 동시에 지구단위계획으로 묶여 관리될 예정이다. 또한 서울시는 기존 한옥을 최대한 보존하고, 돈화문로·태화관길 등 가로변과 접한 곳에선 건물 높이를 5층(20m)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1920~1950년대 지어진 한옥들이 밀집한 익선동 일대는 창덕궁과 가까운 탓에 요리, 복식, 음악 등 조선시대 궁중문화가 흘러들었던 곳이다. 총면적 3만1,121㎡인 익선동 165번지 일대에는 일제 강점기 활동한 조선인 부동산 개발업자 정세권(1888∼1965)이 지은 한옥 100여 채가 남아있다. 일제의 민족 말살 정책에 반대했던 정세권은 철종 생부인 전계대원군 사저(누동궁터)를 사들여 서민을 위한 한옥 단지를 조성했다.
시간이 지나 주변 지역 개발이 이뤄지며 익선동은 지난 2004년 4월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재개발추진위원회는 14층 높이의 주상복합단지를 지어 익선동을 재개발하겠다는 그림을 그렸다. 2010년 10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오면서 재개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주변 지역 특성상 한옥을 보전하는 쪽이 낫겠다는 것. 도계위는 익선동 일대를 도시환경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조건으로 한옥을 보전하는 방향의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재개발을 원하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과 갈등으로 지구단위계획 수립은 늦어졌고, 재개발추진위는 2014년 자진 해산을 결정했다. 이후 익선동 일대에 한옥을 개조한 식당과 카페들이 들어서며 ‘핫플레이스’로 변모하자 서울시는 지역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2015년 6월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시작했다.
서울시가 내놓은 지구단위계획은 주민 이탈 방지보다는 익선동 한옥을 보전하고, 전통문화 체험 공간을 마련하는 등 관광 및 지역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나친 상업화와 임대료 급등 등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지구단위계획에 담겨 있지 않은 상가 임대료를 일정 비율 이상 올리지 않도록 약속하는 ‘상생협약’ 체결을 유도하고, 건물 보수 비용 등을 지원해주는 대신 일정 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는 장기 안심상가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종호기자 phillie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