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불길한 예상은 맞아들어가고 있다. 집값은 “미쳤다”고 할 정도로 서울 강남권 일부를 중심으로 급등세다. 1월 첫주의 강남구 아파트 값은 0.98%나 올랐는데 주간 상승률로는 역대 최대다. 송파구 등 일부 지역은 호가만 일주일 새 1억원이 뛰기도 했다. 집을 중개업소에 내놓았던 C씨는 “일주일 간격으로 5,000만원씩 더 주겠다는 매수인이 경쟁적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집을 보지 않고 바로 계약부터 원하더라”면서 “너무 뜨거워 물건을 다시 걷어들였다”고 했다. 반면 지방과 수도권 일부는 찬바람이 쌩쌩 분다. 공급은 늘리지 않은 채 수요억제 정책만 남발한 뒤 나타나는 전형적인 ‘양극화’다. 정부는 “공급은 충분하다”면서 다주택자 등을 타깃으로 한 대책이면 집값이 안정된다고 봤지만 정작 현장 중개업소들은 “정부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지적했다. 재건축·재개발 공급제한, 정비사업 난항 등으로 올해 서울의 ‘실질 공급량’은 3만여가구(부동산114 조사)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무차별적 수요규제가 시장의 왜곡을 불러 ‘초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얘기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이후의 흐름은 또 어떤가. 정부는 “3조원을 풀어 인상에 따른 부족분을 메워주는 만큼 큰 혼란은 없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경비원·청소부 등 고용취약층의 해고가 잇따르고 음식부터 생필품까지 줄줄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 뒤늦게 정부는 현장을 점검하고 물가를 크게 올린 곳을 단속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지만 소상공인들은 “병 주고 뺨 때리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고용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을 받았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역시 ‘노노갈등’을 부추기고 신규고용만 위축시키고 있다.
이런 탓에 지난해 6월부터 전문가들과 시장은 문재인 정부가 꺼낸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에 숱한 경고를 했다. 선한 의도와 달리 시장을 왜곡해 부작용만 양산할 수 있으니 공약을 수정하거나 아니면 실행하더라도 속도와 폭을 조절해야 한다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새 정부는 ‘기득권의 시각’으로 여론을 왜곡하지 말라며 오히려 반박하고 보란 듯이 정책을 밀어붙였다.
수십년간 정책을 집행해본 관료들은 ‘통할 정책’과 ‘실패할 정책’을 본능적으로 안다. 관료 D씨는 “입에서 입으로 후배들에게 전수되는 것 중 하나가 ‘금리·수수료·임금에 개입하려는 유혹을 떨쳐내라’는 것”이라면서 “그런데 이 정부는 초기의 힘을 믿어서인지 그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실패하거나 담합 등을 통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형성할 때만 정부는 정밀집도하면 된다”면서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간섭해 흐름을 바꾸려는 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했다. 고위관료들의 그런 경험을 수용하는 것, 만 1년이 채 안 된 새 정부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 /fusionc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