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중단 사유로 예산문제를 밝힌 것처럼, 도서관 투자에 인색한 대학당국이 대학도서관 학술DB 구독중단의 배경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인성 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조사분석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입학금의 단계적 폐지와 등록금 동결로 대학 재정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이 도서관 예산”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황인성 팀장의 말처럼, 4년제 대학 도서관의 자료구입비는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의 자료구입비는 2012년 2,158억원에서 2016년 2,060억원으로 98억원이나 줄었다. 대학 예산에서 자료구입비가 차지하는 비율도 2012년 1.0%에서 2016년 0.9%로 줄어 대학도서관 투자에 인색한 대학의 현실이 그대로 드러난다.
자료구입비를 각 대학의 학생수로 나눈 1인당 자료구입비 현황을 살펴봐도 도서관의 형편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2012년 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가 12만원이었던데 반해, 2016년의 학생 1명당 자료구입비는 11만 7천원으로 3천원이 줄었다. 등록금을 내도 원하는 자료를 볼 수 없다는 학생들의 원성이 수긍이 가는 숫자다.
서울 소재 대학 도서관 사서 A씨는 “매년 도서관 예산이 깎여 나가는 것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디지털로 급변하는 도서관 환경 속에서 전자자원 구매 등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대학 예산당국은 이를 당장 시급하지 않은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또 “도서관 예산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각 대학 도서관에서는 현상유지를 뜻하는 물가인상률 수준의 증액조차도 포기한 지 오래”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대교협에서 갑작스럽게 결정한 ‘보이콧’ 역시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결국 도서관 예산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구독 중단 사태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 도서관계의 인식이다.
지방 소재 대학 도서관 사서 B씨는 “대교협 같은 큰 단체가 ‘도서관 예산을 줄이는 흐름’, ‘대학 도서관에 대한 교육당국의 무관심’, ‘대학도서관진흥법 시행령 개악’ 등 도서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대책 마련은 등한시한 채, 당장 미봉책에 불과한 보이콧만 내세우고 있다”며 “대학 도서관 진흥을 위해 현재까지 대교협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교협은 구독가격 협상 결렬을 이유로 대학 도서관에 논문을 제공하는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 공급업체들을 보이콧을 결정했고, 대교협의 방침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는 한 대학 관계자도 “대교협의 방침이어서 일단 보이콧에 동참했다”면서도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연간 7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납부함에도 학술DB에 접근하지 못하는 게 납득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교협 차원의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매년 피해보는 학생들이 속출할 것 같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동호기자 dong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