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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스모글루 매사추세츠 공대(MIT) 교수는 이날 세션에서 ‘인간과 기계의 경쟁’이라는 주제의 논문 발표를 통해 “그간 기술 진보는 생산과 실질임금 증가를 동시에 촉발했지만 앞으로 이 같은 경향이 지속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AI를 통한 혁신속도가 빨라지고 자동화와 로봇이 인력 수요를 대체하면서 임금수준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애스모글루 교수는 자동화에도 인간의 노동 비중이 줄지 않고 경제가 균형성장(한국의 경우 3~4%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답을 서비스 산업 고도화에서 찾아야 한다며 인간만 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정교해지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출하는 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가령 AI 시대에도 요가 강사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텐데 요가 전문가가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고객에게 건강관리나 상담 등 추가 서비스를 발굴·제공하면 소득이 늘고 일자리도 증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통 경제학의 대가인 스티글리츠 교수는 젊은 학자와 연구원들에게 “혁신으로 후생이 늘어난다고 예단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기술 진보는 시장경제에서 필연적으로 ‘무임승차자(free rider)’를 양산하기 때문에 지속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AI와 로봇으로 임금이 떨어지면 혁신을 지속하기보다 그냥 싼 노동력을 이용하려는 수요가 생긴다”면서 “시장경제에서 혁신이 초래하는 비효율적 측면과 관련해서는 로봇세를 도입해 교정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세션의 좌장을 맡은 에릭 브린욜프슨 MIT대 교수도 “고도의 자동화 속에서 생기는 초과이익을 기술 발명자나 자본가만 가져갈지, 노동자나 공공 부문에는 어떻게 분배할지가 향후 큰 논란이 될 것”이라며 로봇세 도입이 일정 부분 불가피함을 시사했다.
앤드루 버그 국제통화기금(IMF) 리서치국 부국장은 “AI를 통한 자동화가 어떤 식으로든 성장에 기여하겠지만 불평등 문제는 더 심화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AI 시대의 승자는 고급 기술자와 자본가가 되고 저숙련 노동자는 패자(loser)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술혁신이 완전고용 달성을 위한 중앙은행의 금리정책에 새로운 난제가 되는 현상을 찾을 수 있었다”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물론 각국 중앙은행들에 새로운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AI 시대에 자동화를 통한 초과수익이 늘어날수록 자본의 상대적 가치가 떨어진다”면서 “기준금리를 낮춰 투자를 늘리고 고용 확대를 겨냥하려는 통화정책은 앞으로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라델피아=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