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사태의 해법이 꼬이는 것은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타산이 제각각 다른데다 명분과 조직논리에 사로잡혀 오히려 갈등과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노동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본사와 가맹점주·협력업체의 3자 합작법인을 본사 자회사로 바꾸기로 결정해 한노총의 찬성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민노총은 합작법인의 사업자등록을 취소하고 새 회사를 만들어 다시 근로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와중에 해피파트너즈 노조는 기존의 3자 합작법인을 유지해야 한다며 반발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문제의 본질은 제빵사의 일자리와 처우 개선인데도 노동계의 세 불리기와 선명성 경쟁이 협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다. 그런 점에서는 민노총의 요구대로 협력업체가 배제된다면 다른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누가 책임지느냐는 제빵사들의 항변은 울림이 크다. 거대 노동조직의 주도권 경쟁이 제빵사들의 고용불안을 부추기고 프랜차이즈 시장의 존립기반마저 흔든다는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다.
4개월을 끌어온 파리바게뜨 사태는 우리 사회 갈등조정 능력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 개탄스럽다. 정부는 과태료를 앞세워 법적 조치만 밀어붙이고 시민단체나 국회 역시 자신들의 정치선전장으로 활용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이제라도 제빵사의 고용과 복리후생을 중심에 놓고 이해관계자들이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러자면 노동계부터 무리한 주장을 접고 상생의 차원에서 현실적 대안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당국도 결자해지의 자세로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