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부담 대기업·소비자에 떠넘기나

공정위, 유통 표준계약서 5종 개정
인건비 탓에 중기 제품가 오르면
유통업체에 납품가 인상 요청 가능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제품 원가가 오르면 중소 납품업체들이 백화점·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가격을 올려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유통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직원 인건비가 오르는 데 더해 납품가격 상승까지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대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물론 소비자가격 상승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백화점·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TV홈쇼핑·편의점 등이 사용하는 표준계약서 5종을 개정해 계약 기간에 최저임금 인상,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공급원가가 변동될 때 납품업체가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가격을 조정해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내용을 추가했다. 조정 신청을 받은 대형유통업체는 10일 이내에 납품업체와 협의를 개시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거나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은 지난해 11월 유통업계가 자율실천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 계약서에 반영하겠다고 이미 선언한 사항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지금도 이미 납품업체의 원가 인상 요청에 대해 상호 간 협의를 통해 진행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른 합리적인 납품가격 인상 요청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새해부터 최저임금 16.4% 상승으로 납품업체들의 인건비 급증이 현실화된 가운데 부담을 유통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임금이 급격히 오르자 일부 업체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각종 편법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회사 쪼개기’나 직원에 대한 복지 혜택 축소,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을 기본급으로 돌리는 방식 등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거래 협상력의 우위는 납품 제조업체의 상품력과 유통업체의 구매력에 따라 달라지는 게 요즘의 현실”이라면서 이번 조치에 대해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자체 직원 인건비 상승과 제품가격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고 토로했다. 납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가격도 잇따라 상승해 소비자 부담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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