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밋밋한 캐릭터? … 작품 살리는 찰리 보여드릴게요"

[뮤지컬 '킹키부츠' 찰리役 이석훈·김호영]
첫 뮤지컬 무대 오르는 이석훈
"2018년 도전으로 열고 싶어"
롤라역 1순위 예상 깬 김호영
"캐스팅이 신의 한수" 평가받아

이달말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킹키부츠’의 주역 이석훈(왼쪽)과 김호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이달 말 세 번째 시즌 개막을 앞둔 뮤지컬 ‘킹키부츠’가 내놓은 최고의 깜짝 뉴스는 SG워너비의 감성 보컬 이석훈(34)의 합류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파산 직전의 신발 공장을 물려받아 여장 남자 롤라의 도움으로 킹키부츠를 만들며 성공 신화를 쓰는 찰리 역으로, 뮤지컬계에서 입지가 굳은 김호영(35), 박강현(28)과 함께 발탁된 이석훈은 이 작품으로 뮤지컬 무대에 처음 도전하게 됐다.

이에 앞서 2016년 재연 무대에서도 깜짝 캐스팅이 있었다. 평소 여장 남자 역할을 주로 맡으며 롤라 역 1순위로 꼽혔던 김호영이 예상을 뒤엎고 찰리 역에 발탁된 것이다. 당시 김호영은 캐릭터 변신에 성공, 캐스팅 자체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8일 킹키부츠 연습이 한창인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석훈과 김호영은 “뮤지컬 킹키부츠는 화려한 쇼 뮤지컬 속에 감동적인 스토리를 심은 수작”이라며 “많은 분들이 찰리를 밋밋한 캐릭터라고 오해하는데 진한 감동이 배어 나오는 작품의 힘은 바로 찰리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이달말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킹키부츠’의 주역 이석훈(왼쪽)과 김호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여러 차례 뮤지컬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가수 활동과 뮤지컬을 병행해 최고의 성과를 내기엔 아직은 부족하다”는 생각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이석훈이 용기를 낸 건 “2018년을 ‘도전’으로 열고 싶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SG워너비 소속사이자 ‘뮤지컬’킹키부츠‘ 제작을 맡은 CJ E&M이 오디션 참가를 제안했고 군대 동기인 김호영의 응원도 한몫했다. 이석훈은 “오디션 참가를 결심하기 전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봤는데 우유부단하고 걱정 많은 찰리가 딱 나더라”며 웃었다. 실제로 오디션에서 이석훈이 찰리의 주요 넘버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본 오리지널 프로덕션 연출가 제리 미첼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김호영은 “연습실에서 석훈이 연기를 본 제리 미첼이 ‘쏘우 찰리(정말 찰리 같아)’를 연발하더라”며 “평소 다른 배우들의 결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내 눈에도 꾸밈없이 자기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석훈이는 그 자체로 찰리의 이미지에 가까워 보이더라”고 농을 했다.

“저는 다른 배우들 연기도 유심히 보고 조언해주는 걸 좋아해요. 석훈이는 첫 뮤지컬이라 대사나 발성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요. 첫 리딩 연습 때 석훈이 연기를 보고 정말 놀랐어요. 수년간 갈고 닦은 듯 흠잡을 데가 없었거든요. 자연스럽게 대사를 툭툭 던지는데 그 자체로 찰리 같더라고요.”(김호영)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을 듣기만은 힘들었는지 이석훈이 얼른 되받는다.


“호영이형은 스태프들 사이에서 ‘전 배역 스윙(대타 배우)’으로 꼽혀요. 어떤 역할이든 바로 투입하면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거든요. 다음 공연 땐 호영이형이 엔젤 역(롤라와 함께 등장하는 여장 남자 앙상블)을 맡았으면 좋겠어요. 역대 최고의 엔젤이 될 거예요.(웃음)”(이석훈)

군대 동기였던 두 사람은 병영 시절보다 제대 후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김호영에게 이석훈은 “시원시원한 성품에 어떤 얘기든 잘 통하는 동생”이고 이석훈에게 김호영은 “한 살 터울이지만 늘 배울 게 많은 형”이다. 연습실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의 도움을 받는다.

“호영이형의 연기를 보며 저렇게 찰리를 표현할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돼요. 저에겐 형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학습이고 연습때마다 흡수하기 바빠요.”(이석훈)

“저 역시 석훈이 연기를 보며 많이 배워요. 저는 평소 옷 입는 스타일까지 바꿔가며 찰리가 되려고 노력하거든요. 반면에 석훈이는 속부터 채워가는 느낌이에요. 제가 조금은 성숙하고 농익은 찰리라면 석훈이와 강현이에게선 생동하는 찰리가 보여요.”(김호영)

이달말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킹키부츠’의 주역 김호영(왼쪽)과 이석훈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킹키부츠로 뮤지컬에 발을 담근 이석훈은 “기왕 발을 적셨으니 샤워까지 해보겠다”는 각오다.

“종합 예술의 끝이 뮤지컬이라고 하잖아요. 저 역시 뮤지컬 무대에서 기량을 펼쳐보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었어요.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면 ‘레미제라블’이요.”

최근 예능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며 ‘예능 늦둥이’ 소리를 듣고 있는 김호영은 “TV 활동에 주력해 인지도도 높이고 공연장 문턱도 낮춰보겠다”는 게 새해 포부다.

“최근의 공연 시장 흐름을 보면 배우의 인지도가 작품 흥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공연장 바깥의 팬들을 만나려면 텔레비전이 정답이에요. TV 활동을 열심히 하며 제 오랜 꿈인, 제 이름 석 자를 내건 토크쇼 구상도 구체화해보고 싶어요.” 이달 31일∼4월 1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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