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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앞서 2016년 재연 무대에서도 깜짝 캐스팅이 있었다. 평소 여장 남자 역할을 주로 맡으며 롤라 역 1순위로 꼽혔던 김호영이 예상을 뒤엎고 찰리 역에 발탁된 것이다. 당시 김호영은 캐릭터 변신에 성공, 캐스팅 자체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8일 킹키부츠 연습이 한창인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에서 만난 이석훈과 김호영은 “뮤지컬 킹키부츠는 화려한 쇼 뮤지컬 속에 감동적인 스토리를 심은 수작”이라며 “많은 분들이 찰리를 밋밋한 캐릭터라고 오해하는데 진한 감동이 배어 나오는 작품의 힘은 바로 찰리에서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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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영은 “연습실에서 석훈이 연기를 본 제리 미첼이 ‘쏘우 찰리(정말 찰리 같아)’를 연발하더라”며 “평소 다른 배우들의 결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내 눈에도 꾸밈없이 자기 개성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석훈이는 그 자체로 찰리의 이미지에 가까워 보이더라”고 농을 했다.
“저는 다른 배우들 연기도 유심히 보고 조언해주는 걸 좋아해요. 석훈이는 첫 뮤지컬이라 대사나 발성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웬걸요. 첫 리딩 연습 때 석훈이 연기를 보고 정말 놀랐어요. 수년간 갈고 닦은 듯 흠잡을 데가 없었거든요. 자연스럽게 대사를 툭툭 던지는데 그 자체로 찰리 같더라고요.”(김호영)
자신에게 쏟아지는 칭찬을 듣기만은 힘들었는지 이석훈이 얼른 되받는다.
“호영이형은 스태프들 사이에서 ‘전 배역 스윙(대타 배우)’으로 꼽혀요. 어떤 역할이든 바로 투입하면 소화할 수 있을 정도로 작품 전체를 꿰뚫고 있거든요. 다음 공연 땐 호영이형이 엔젤 역(롤라와 함께 등장하는 여장 남자 앙상블)을 맡았으면 좋겠어요. 역대 최고의 엔젤이 될 거예요.(웃음)”(이석훈)
군대 동기였던 두 사람은 병영 시절보다 제대 후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김호영에게 이석훈은 “시원시원한 성품에 어떤 얘기든 잘 통하는 동생”이고 이석훈에게 김호영은 “한 살 터울이지만 늘 배울 게 많은 형”이다. 연습실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의 도움을 받는다.
“호영이형의 연기를 보며 저렇게 찰리를 표현할 수도 있구나 생각하게 돼요. 저에겐 형의 연기를 보는 것 자체가 학습이고 연습때마다 흡수하기 바빠요.”(이석훈)
“저 역시 석훈이 연기를 보며 많이 배워요. 저는 평소 옷 입는 스타일까지 바꿔가며 찰리가 되려고 노력하거든요. 반면에 석훈이는 속부터 채워가는 느낌이에요. 제가 조금은 성숙하고 농익은 찰리라면 석훈이와 강현이에게선 생동하는 찰리가 보여요.”(김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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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예술의 끝이 뮤지컬이라고 하잖아요. 저 역시 뮤지컬 무대에서 기량을 펼쳐보고 싶다는 욕심이 늘 있었어요. 꼭 해보고 싶은 작품을 하나만 꼽는다면 ‘레미제라블’이요.”
최근 예능 출연으로 화제를 모으며 ‘예능 늦둥이’ 소리를 듣고 있는 김호영은 “TV 활동에 주력해 인지도도 높이고 공연장 문턱도 낮춰보겠다”는 게 새해 포부다.
“최근의 공연 시장 흐름을 보면 배우의 인지도가 작품 흥행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요. 공연장 바깥의 팬들을 만나려면 텔레비전이 정답이에요. TV 활동을 열심히 하며 제 오랜 꿈인, 제 이름 석 자를 내건 토크쇼 구상도 구체화해보고 싶어요.” 이달 31일∼4월 1일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