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로 결론 “인화성 물질 발견되지 않았다” 삼남매 엄마 무료변론 거부

실화로 결론 “인화성 물질 발견되지 않았다” 삼남매 엄마 무료변론 거부


아파트 화재로 세 남매를 숨지게 한 20대 어머니 A씨가 ‘방화’가 아닌 ‘실화’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가운데, 실화로 결론난 것에 대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앞서 경찰은 A씨가 화재발생 사실을 알고도 자녀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혼자 베란다로 대피한 점 등 행동이 비상식적인 점을 이유로 방화 가능성에 대한 수사를 이어왔다.

A씨는 구조 당시 “라면을 끓이기 위해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놓고 자녀들이 있는 작은방으로 들어가 깜박 잠이 들었다”며 “밖에서 불이 난 것을 확인하고 베란다로 대피한 후 전 남편에게 전화하고 119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는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 라면을 끓인 흔적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경찰의 질문에 A씨는 “담뱃불을 잘못 끈 것 같다. 술에 취해 있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화재 신고 당시 상황에 대해서도 A씨는 지난달 31일 오전 2시30분쯤 112상황실에 전화해 “불이 났어요. 집안에 애들이 있어요”라며 흐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다시 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와달라’고 요청했고 한 차례 더 통화를 시도한 뒤 거실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작은방으로 다시 가려고 했지만 갑자기 번진 불길에 화상을 입은 채 작은 방으로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술이 번복됐지만 경찰은 현장에 안화물질이 발견되지 않은 점과 이후 진술이 일관된 점 등을 보면 A씨의 실화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같은 결론을 내린 것..

또 A씨가 현장 검증에서도 상황을 재현하고 있는데다가 과거에도 이불에 담뱃불을 끈적이 있던 점 등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의 합동 화재감식에서 “인화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고, 작은방 출입문 내측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나 출입문 외측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구두 소견을 회신 받은 점도 실화로 결론을 내리는데 영향을 줬다.

자녀들이 다녔던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주변인 탐문결과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아이들을 많이 아끼고 사랑했다고 하는 등 자녀들에 대한 폭행이나 방임 등 아동학대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부검 1차 소견에서 세 남매가 외부의 물리적인 힘이 개입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점, 방화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는 점도 경찰이 실화로 판단한 이유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을 종합해보면 방화에 대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술에 취한 A씨가 부주의한 행위로 불을 냈고, 자녀 3명이 숨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실화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삼남매 엄마는 변호사의 무료변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MBN 뉴스화면 캡처]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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