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이사회 사내이사직 임기 만료를 2개월 가량 앞둔 이해진(사진) 창업자(전 이사회 의장)의 거취에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창업자의 결정에 따라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네이버의 동일인(총수)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8일 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오는 3월 19일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 이 창업자의 연임 문제 등을 확정 짓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최근 이사회에서는 (연임 등) 인사 관련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네이버가 지난 2016년 이 창업자의 이사회 의장직 사퇴와 김상헌 대표의 퇴임 사실을 10월에 일찌감치 공식화하고 이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를 확정했던 것과 딴판이다. 네이버(옛 네이버컴)을 1999년 설립한 이 창업자는 대표 자리를 2004년에 내려놓았지만 이후에도 이사회 의장 또는 구성원으로서 사내이사 자리는 20년 가까이 줄곧 유지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올해도 무난하게 사내이사 임기를 3년 더 연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네이버가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이 창업자가 총수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 변수다. 이 창업자는 지난해 8월 직접 공정거래위원회를 찾아 경영 실권이 없고 보유 지분(당시 4.64%)이 낮다는 이유로 네이버를 KT나 포스코와 같은 ‘총수 없는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창업자가 대주주 중 유일하게 경영활동(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다”는 근거를 내세웠다. 총수로 지정된 이 창업자는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로부터 포털 뉴스 편집 공정성 문제와 관련해 뭇매를 맞았다. 이후 이 창업자는 네이버 경영진과 주변 지인들에게도 총수 지정에 따라 국감에 출석한 데 따른 고충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공정위가 지적한 것처럼 이 창업자가 네이버 이사회에서 완전히 빠지는 강도 높은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앞으로도 총수 지정을 피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매년 9월 무렵에 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총수도 결정한다.
문제는 공정위가 지금껏 당사자의 사망 외에는 기업집단의 총수를 변경한 사례가 없다는 대목이다. 거동이 불편한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여전히 총수로 지정된 것도 이 같은 까닭에서다. 공정위는 총수 지정 제도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윤곽은 드러나지 않았다.
아울러 이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으면서 오로지 이사회에서 성과로만 평가받겠다고 공언한 점도 변수다. 이 창업자는 지난해부터 프랑스 스타트업 지원 사업(스페이스 그린)과 인공지능(AI) 연구소 인수(옛 제록스리서치센터유럽) 등 글로벌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IT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 창업자가 사내이사 자리를 내려놓아도 총수 지정을 피할 수 있다는 보장이 현재로서는 없으므로 공정위의 움직임을 보면서 연임 여부를 끝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