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재판을 거부한 박 전 대통령의 자리를 비워둔 채 손 회장을 증인으로 불렀다. 손 회장은 지난 2013년 7월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VIP(박 전 대통령) 뜻이니 이미경 CJ 부회장을 경영에서 손 떼게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민간 기업의 경영자를 물러나라고 한 대통령에 대해 손 회장은 “무리한 요구에 내심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대통령의 권한 탓에 말은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검사는 이날 법정에서 “CJ 경영권, 임원의 임면은 내부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고 손 회장은 힘없이 “예”라고 답했다. 검사는 또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일반 기업 (인사에) 관여할 권한도 없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에 손 회장은 다시 “예”라고 대답한 뒤 고개를 살짝 떨궜다.
이날 검찰은 손 회장이 조 전 수석과의 당시 통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했다. 검사가 녹음한 이유를 묻자 손 회장은 “이 부회장이 정말 대통령의 뜻이 맞는지 몇 번이나 물었기에 확실히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싶어서 (조 전 수석에게 확인 전화를 건 뒤) 녹음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 전 수석이 통화에서 ‘아유 VIP 뜻이 확실하다’ ‘너무 늦으면 진짜 난리 난다’ ‘수사까지는 안 갔으면 좋겠다’는 등의 말을 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도 “그런 취지로 말했다”고 답했다.
조 전 수석은 이날 앞서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손 회장의 증언과 대체로 일치한 증언을 내놓았다. 그는 손 회장과의 통화 내용이 유출된 뒤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CJ는 왜 그렇게 처리했느냐”는 연락을 받고 “대통령이 질책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조 전 수석은 CJ에 대한 강요미수 혐의로 이날 첫 재판을 받았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