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환의 집과 사람]혼돈의 시장, 디테일로 승부하라

세금·금리 등 악재에 매물폭탄 터져도
주택 내재가치 끌어올릴 만한 곳 있어
규제에도 재건축 호재 굳건 강남권 등
집 사려면 긍정적 요인 있는 곳 주목을

새해 벽두부터 수도권 남부 지역의 주택시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는 매물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매물도 등장했다.

수도권 남부로 국한한다면 정부의 고강도 대책이 총론적으로는 시장을 이길 만한 충분한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여기에 무술년 부동산 시장에는 정책적 악재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당장 오는 4월부터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행된다. 최근에는 정부가 보유세 인상 카드를 본격적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행보가 빨라지면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도 있다. 세금과 금리는 투자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대다수 전문가가 4월을 집값의 변곡점으로 점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올 들어 기자의 어설픈 조언을 구하려는 지인들의 상담 의뢰 대부분은 여전히 ‘집을 어디에 사면 좋겠느냐’다. 오히려 집을 살지 여부를 놓고 고민하던 지난해 초 분위기보다 더 적극적인 구매 의사다. 불확실성과 악재가 가득한 시기임에도 집을 사려는 이유를 들어보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정부 정책 때문에 주저했는데 자고 나니 서울 집값이 수천만원이나 뛰었더라” “불안감에 떠느니 집값이 오르든 떨어지든 그냥 내 집에서 맘 편히 살겠다” 등등….


사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은 곳들을 들여다보면 이유가 있다. 막연히 정책에 대한 반발이라는 심리적 요인으로만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정책적 리스크를 상쇄하고도 남는 호재다. 호재란 다름 아닌 부동산의 내재적 가치 상승 요인이다. 부동산의 본질적 가치 상승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은 개발 등에 따른 주변 여건 변화다. 지하철역 신설 등 교통망 개선은 물론 단순히 도로 폭만 넓어져도 인접한 부동산의 가치는 달라진다.

지난해 8월 이후 정부의 규제가 잇따르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지적인 개발 호재 역시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정부 규제의 타깃이 된 강남권 집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것은 ‘재건축’이라는 확실한 개발 호재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마포·성동·용산 등 서울 강북권 집값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지역들 역시 꾸준한 개발을 통해 해당 부동산의 내재가치가 상승하는 곳들이다. 분당·판교신도시 아파트 값 급등도 재건축과 제2테크노밸리 조성이라는 개발 호재가 이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총론적 안정이 곧 개별 시장의 균질적인 하락·침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은 국지적·개별적인 시장을 형성하는 상품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집값이 작게는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이 부동산이다. 심지어 같은 단지 내 같은 면적의 아파트조차 동·층·향에 따라 수요자의 선호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아무리 시장이 침체돼 있더라도 가격이 오르는 곳은 있다고 조언한다. 심지어 집을 언제 사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바로 지금’이라는 말도 있다.

기자 역시 집을 사도 되겠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그렇다”고 답한다. 수많은 악재에도 값이 떨어지지 않을, 오히려 가격 상승의 긍정적 요인을 갖춘 곳들은 여전히 많다. 이는 막연한 규제의 풍선효과가 아니다. 부동산의 내재가치를 끌어올릴 만한 호재는 곳곳에 있다. 너무 큰 그림만 그리다가는 자칫 디테일을 놓칠 수 있다. /건설부동산부문 선임기자 d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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