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경선이 한창이던 2015년 10월 버니 샌더스 민주당 후보가 민감한 마리화나 얘기를 꺼냈다. 버지니아주 연설에서 “많은 미국인이 대마초를 피웠다가 전과자로 낙인찍혀 인생을 실패했다고 여기고 있다”며 대마초 전면 허용을 주장한 것. 그러면서 대마초를 불법 약물 목록에서 빼고 술과 담배처럼 각 주에서 재량껏 규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쟁력 있는 대선 후보가 대마초 합법화를 거론한 것은 그가 처음이었다고 한다. 샌더스의 예선 탈락으로 이슈는 수그러들었으나 그 여진은 진행형이다. 특히 새해 들어 뜨거워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가 1일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를 허가한 지 사흘 만에 버몬트주에서도 합법화 법안이 통과됐다. 7월부터 허용 예정인 매사추세츠를 포함하면 합법화 주·특별구는 9곳으로 늘어난다.
2014년 1월 콜로라도주의 첫 합법화 후 4년 만에 이 정도니 상당히 빠른 확산 속도이지 싶다. 주 정부는 ‘주민들이 원해서’ 등의 이유를 내놓고 있지만 핵심은 돈이다. 대마초를 양지로 끌어내면 재정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통상 마리화나에는 특별소비세 및 판매세로 25%, 여기에 지방세까지 더하면 30% 안팎의 높은 세율이 적용된다. 예상 세수가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니 살림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주의 경우 매력적인 세원인 셈이다.
미국 내 마리화나 시장은 연간 100억 달러(약 12조 원) 규모. 앞으로 제품·판매처가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돼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 콜로라도 덴버의 한 커피점이 대마초를 커피·차처럼 마실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시 당국에 신청했다는 소식이다. 카페에서의 판매 시도는 처음인데 초콜릿·사탕 형태의 제품도 진열해놓고 영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공공장소에까지 대마초가 침투하는 것이어서 미국서도 우려가 큰 모양이다.
미국인도 미국인이지만 가뜩이나 호기심 많은 우리 국민들이 미국행에 나설까 걱정스럽다. 행여 원정을 생각한다면 내국인은 물론 미국 영주권자도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처벌받으니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그게 중독·환각 등의 부작용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임석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