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건강상식]예방접종 했는데 독감…백신 무용론?

인플루엔자 A형·B형 동시 유행
예방 접종했어도 감염 가능성 ↑

매년 겨울이면 독감(인플루엔자) 환자가 늘어나고는 하지만 올겨울은 유독 심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셋째 주 외래환자 1,000명당 7.7명 수준이던 독감 환자는 12월 마지막 주 71.8명으로 급증했다. 특히 독감 예방접종을 마쳤는데도 독감에 걸렸다는 환자들이 속출해 ‘백신 무용론’까지 번지는 상황이다. 뭐가 문제였던 걸까.

올겨울 독감의 가장 큰 특징은 인플루엔자 A형과 B형 바이러스의 ‘동시 유행’이다. 질병관리본부가 국내 검출 독감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전체 558건 중 A형이 49.5%, B형이 54.1%로 나타났다. 통상 12월~1월에는 A형 독감이 유행하고 봄으로 접어들며 B형 독감 비율이 높아지던 것과 양상이 달랐다. 결국 중복 감염이나 교차 감염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질본 측의 설명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예측이 빗나간 것도 원인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유전자 구조나 단백질 종류에 따라 A·B·C형 3가지로 나뉘고 A형만 해도 표면 단백질의 조합에 따라 100여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세계 백신 제조사들이 모든 바이러스에 해당하는 백신을 만들기는 불가능하기에 WHO는 매년 가장 유행할 조짐을 보이는 바이러스를 예측해 발표하는데 올해 B형 바이러스에 대한 예측이 어긋난 것이다. B형 바이러스는 빅토리아와 야마가타 계열 두 가지로 나뉘는데 WHO가 빅토리아(브리스번형) 계열에 대한 백신 제조를 권고한 것과 달리 정작 유행한 바이러스는 야마가타 계열이었다.

그렇다면 정확한 예측 아래 만들어진 백신을 접종했다면 독감을 예방할 수 있었을까. 단언할 수는 없다. 아이들은 보통 항체 생성률이 50% 정도로 바이러스 감염을 완벽히 예방할 수 없고 노인은 20~50% 정도만이 예방 효과를 보인다. 건강한 어른도 10~30%의 확률로 예방접종과 상관없이 독감에 걸릴 수 있다.

반대로 사람에 따라서는 3가 백신만 맞아도 ‘교차 면역’에 힘입어 야마가타 계열의 B형 독감에 안 걸릴 수 있다. 백신을 맞으면 독감에 걸리더라도 심각한 합병증 없이 가볍게 앓고 지나가는 정도로 그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역시 “B형 독감 환자가 두드러져 보이는 것도 다른 바이러스는 백신을 통해 미리 예방했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백신 무용론을 일축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는 노약자나 만성질환자 중 백신 미접종자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접종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독감은 5월 초까지 유행할 수 있으므로 지금도 늦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위험도를 좀 더 낮추고 싶다면 비용을 더 내더라도 4가 백신을 맞는 편이 좋다. 4가 백신은 WHO에서 권고하는 A형 바이러스 두 가지에다 B형 바이러스의 두 가지 계열 모두를 예방하도록 제조된다. 다만 이미 3가 백신을 맞았다면 약 20% 수준의 교차 면역 효과가 있기에 추가 접종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독감 바이러스의 형태는 다 달라서 B형 독감에 걸려 회복되더라도 A형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65세 이상 노약자나 만성질환자인 고위험군 중 백신 미접종자라면 이미 독감을 앓았더라도 백신을 맞는 편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